[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우석용 시인이 17일 서울 강남구 율현동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7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우석용 시인이 17일 서울 강남구 율현동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7

길 걷다 보이는 모습에 드는 생각

스마트폰 속 낙서처럼 담기 시작해

저장된 작품만 6000점 넘어서

 

“누구나 예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불어넣어주고자… 상상력 중요해”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현대사회에서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든지 사람과 함께한다. 심지어 잘 때도 머리맡에 두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누군가에겐 분신과 같은 존재다.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안되는 게 없는 세상’이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수 없는 세상’이라고 할 만큼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의존해 살아간다. 그렇다보니 일상 속 아름다움과 소소한 행복을 놓치고 살때도 많다. 여기 스마트폰과 365일 함께하면서도 일상 속 아름다움과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고 기록하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걷다가 가끔 시 쓰는 남자’ 우석용 시인이다. 우 시인은 최근 그림과 시를 스마트폰으로 표현한다는 의미로 ‘포노 아트’란 장르를 개척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포노 아티스트’라 소개한다.

◆ 일상 속에서 찾은 예술

지난 2016년 스마트폰 시화집 ‘풀꽃 가득한 세상이어라’를 출간한 우 시인이 스마트폰으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1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갤럭시노트3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시를 쓰게 됐을 거에요. 스마트폰 그림판의 기능들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다가 짧은 시도 쓰기 시작했어요. 먼저는 길을 걷다가 보이는 모습에 드는 생각이나 기분 등을 이 스마트폰 속에 담기 시작했죠. 처음엔 낙서처럼 시작됐던 일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시집을 내게 됐어요.”

우 시인은 시를 쓰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거나, 시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 혹은 강박관념에 메이지 않는다고 했다. 때문에 통상 전문적으로 시를 배워온 이들 사이에선 이단아처럼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예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도전과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런 우 시인의 시와 그림은 요즘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아마도 시가 무척이나 짧고 그림도 어렵지 않고 무겁지 않아 쉽게 읽히고, 시나 그림이 직감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우 시인의 말처럼 그의 그림은 복잡하지 않다. 화가의 그림처럼 빼어나지 않지만 일상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감정을 잘 녹여내고 있으며,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삶의 일부분을 만날 수 있어서 익숙하면서도 생생하다.

버스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길가에 핀 개나리꽃이 되기도 하고, 무심코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의미를 담은 시어가 되어 마음을 울린다.

“무엇을 그리겠다고 생각하고 그리지 않아요. 그때 그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 감성들 그리고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림이 완성돼있죠.”

인터뷰 도중에도 우 시인은 스마트폰으로 순식간에 그림을 그려냈다.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고민해서 만들어내기엔 너무나도 짧은 고작 3분만에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우석용 시인이 17일 서울 강남구 율현동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중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7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우석용 시인이 17일 서울 강남구 율현동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중 최근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글을 ‘팔’의 모양으로 형상화했다. 작품 속 인물의 손이 달에 닫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천지일보 2020.1.17

◆ “끝없이 상상하면 누구나 예술가”

우 시인은 ‘풀꽃 가득한 세상이어라’에 이어 ‘그림이 된 시vs 시가 된 그림’을 올해 중반 출판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작 ‘풀꽃 가득한 세상이어라’에서는 우 시인이 꿈꾸는 세상을 담는데 초점을 뒀다면, 이번 시화집에서는 인생에서 느끼는 기쁨, 행복, 슬픔, 우울 등 감정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다 사람들 속에서 여러 감정을 느끼면서 성숙해져 간다는 것. 각박한 세상 속에서 이를 깨닫고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세상을 꿈꾸자는 의미에서다. 우 시인은 “스마트폰으로 그림과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 더 느끼고 있다”며 “그림에 끝까지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투영했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예술과 생활이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저처럼 누구든지 맘만 먹으면 생활 속에서 작품을 할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시화집을 내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은 것처럼요.”

‘포노 아티스트’ 우 시인은 포노 아트의 대중화를 위해 지난 18일엔 예술 분야의 다양한 전문 강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섰다. 이번 강연에서 우 시인은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주제로 메시지를 전했다.

“저는 끝없이 상상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나는 안돼’ ‘이건 안돼’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차단하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실행할 때 상상력은 커질거에요.”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뽐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나쁜 영향을 주는 기계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회를 향해 우 시인은 스마트폰이 있다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관심을 가질때 또 그 관심을 상상력으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손에 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작품으로 누구나 승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을 불어넣는다.

평범한 일상에서 혹 시인을 꿈꾸고,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우 시인은 이같이 전하고 싶다고 했다.

“상상하라! 상상하라! 끝까지 상상하라! 아니 끝없이 상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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