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회원 1000명과 시민들이 故 구지인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20.1.21
지난 18일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회원 1000명과 시민들이 故 구지인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20.1.21

강피연 “강제개종 목사, 피해자 가족 배후에서 법망 피해”… 해외서 심각성 지적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지난 2018년 1월 강제개종으로 인해 사망한 고 구지인씨의 2주기 추모식이 ‘Remember 9, 기억하고 외치다’라는 주제로 18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 대표 최지혜) 광주전남지부가 주최·주관한 이번 추모식에는 강피연 회원 1000여명과 인사, 시민 등이 참여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들은 개인의 종교를 강제로 바꾸기 위해 납치, 폭행, 감금 등의 수단이 자행되는 야만적 인권 유린과 사망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았다.

추모식에서 장계황 한국역사영토재단 이사장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자유의지나 국가가 국민에게 부여한 인권의 자유는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개인의 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나 안타깝게 고 구지인 씨를 떠나보냈다. 그 이유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종교에 대한 선택 문제인데, 인권이 무자비하게 짓밟히며 가족과 사회, 국가 모두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 우리는 애도하고 추모하는 과정 속에서 또 다른 구지인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故 구지인 2주기 추모식에서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20.1.21
지난 18일 故 구지인 2주기 추모식에서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20.1.21

추모식을 지켜본 한 20대 여대생은 “인권도시 광주에서 인권유린 행위가 일어나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다”며 “나와 같은 또래가 종교자유국가에서 종교문제로 목숨을 잃었다는 게 슬프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우리나라와 모든 시민들이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구지인 씨는 지난 2016년 7월 가족에 의해 44일간 전남 장성군 천주교 모 수도원에 감금돼 개종을 강요받았고, 이듬해인 2017년 6월 청와대 신문고에 강제개종 피해사실을 알리며 강제개종 목사 처벌과 종교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호소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 29일 전남 화순군 모 펜션에 또 한 차례 감금돼 개종을 강요받다가 30일 가족들의 폭행에 의해 호흡곤란으로 전남대병원에 후송됐으나 2018년 1월 9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구지인 씨 사망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제개종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와 14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지만, 피해자의 신상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청와대는 돌연 글을 삭제했고,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강피연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19년까지 강제개종으로 인한 총 피해자 수는 1534명이다. 피해 내용은 ▲폭행 861건 ▲협박·욕설·강요 1280건 ▲강제 휴직·휴학 1338건 ▲개종동의서에 강제서명 1293건 ▲수면제 강제복용 109건 ▲결박 682건 ▲납치 977건 ▲감금 1121건 ▲이혼 43건 ▲정신병원 강제입원 13건 ▲가족사망 1건 ▲사망 2건이 발생했다.

지난 18일 故 구지인 2주기 추모식에서 장계황 한국역사영토재단 이사장이 구지인의 추모를 애도하며 발언하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20.1.21
지난 18일 故 구지인 2주기 추모식에서 장계황 한국역사영토재단 이사장이 구지인의 추모를 애도하며 발언하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20.1.21

특히 구지인 씨 사망 이후에도 연 평균 150여 명의 강제개종 피해자가 발생, 사실상 정부가 강제 개종 문제를 묵인하면서 강제 개종자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해외에서는 강제 개종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대한민국 정부에 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해 7월에 열린 제41회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유럽 NGO ‘양심의 자유 협의회’(CAP-LC)는 대한민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강제개종에 대한 규탄 성명서를 공식 발표했다.

같은 달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회의’ 석상에서는 15개 주요 국제 NGO들이 같은 내용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제개종 철폐를 위한 대책을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다”고 밝히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중 강제개종이 벌어지는 유일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강피연 회원들은 추모식 전후로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강제개종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홍보활동을 진행했다. 또한 강제개종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알리는 전시부스와 추모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시민참여 부스를 동시에 운영했다.

강피연 관계자는 “기독교 이단상담소를 중심으로 강제 개종이 벌어지고 있으며, 목사들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지 않고 가족에게 납치, 폭행, 감금, 협박 등을 지시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며 “강제개종으로 인한 사망 사건 이후에도 끊임없이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관련 법안 마련과 함께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회원 1000명과 시민들이 故 구지인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20.1.21
지난 18일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회원 1000명과 시민들이 故 구지인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20.1.21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