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사장 고진광, 인추협) 산하 장애인인권센터장인 이승호씨가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한국주택토지공사(LH공사)를 상대로 매몰된 일기장 반환을 촉구하는 1인 시위와 삭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제공: 인추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사장 고진광, 인추협) 산하 장애인인권센터장인 이승호씨가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한국주택토지공사(LH공사)를 상대로 매몰된 일기장 반환을 촉구하는 1인 시위와 삭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제공: 인추협)

이승호 인추협 장애인인권센터장

 

‘사랑의일기’ 반환 촉구 나서

LH 강제철거로 일기 120만권

땅 속에 묻혀 수년 째 그대로

유네스코 등재 추진도 좌절

“일기, 추억이자 역사·시대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크리스마스를 하루 지난 지난달 26일,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도 한 청년은 광화문광장에 나와 삭발 시위를 펼쳤다. 그가 바라는 것은 땅에 묻혀 찬기를 맞고 있을 일기 120만점의 반환이었다.

삭발 투쟁의 주인공은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이사장 고진광) 산하 장애인인권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승호(공주대학교 법학과)씨다. 이씨는 최근 일기를 반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렸다.

본지는 그가 왜 삭발을 하고 국민청원을 올리는지 그 이유를 들어봤다.

인추협, LH공사에 사랑의 일기장 복원·보상 요구. (제공: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천지일보 2018.9.30
인추협, LH공사에 사랑의 일기장 복원·보상 요구. (제공: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천지일보 2018.9.30

◆“코앞에서 좌절된 유네스코 꿈”

이씨는 초등학생 때 우연히 인추협이 운영하는 ‘사랑의 일기 연수원’을 알게 됐다. 인추협에 따르면 사랑의 일기 연수원은 세계 유일의 일기박물관을 목표로 2003년 세종시 옛 금석초등학교(세종시 금남면)에 세워졌다. 이곳에선 일기쓰기와 농촌체험프로그램, 인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 재개발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연수원 부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게 넘어갔고, LH가 강제집행에 나서면서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보관하고 있던 120만여점의 일기가 그대로 땅 속에 묻혔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김수환 추기경의 일기를 비롯해 기록유물의 가치가 있는 작품을 상당수 보존하고 있었다.

한 학생으로서 열심히 일기를 쓰던 이씨에게 연수원의 파괴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그는 “저희는 사랑의 일기 120만여권이 유네스코(UNESCO)에 등재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 꿈이 코앞에서 좌절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는 “일기는 한 사람의 소중한 역사와 추억으로 만들어지는 하나의 권리로써 그 안에는 우리 모두의 기본적인 인권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저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일기를 되찾아 자신의 소중한 역사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일기 복원 운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사장 고진광, 인추협) 산하 장애인인권센터장인 이승호씨가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랑의 일기를 반환해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을 올렸다.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사장 고진광, 인추협) 산하 장애인인권센터장인 이승호씨가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랑의 일기를 반환해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을 올렸다.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전 국민 정서와 교육의 문제”

그러면서 “지금 이 일은 저 어린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 국민의 정서와 교육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삭발투쟁 당시 서한문을 통해서도 “어른들은 어떤 과정으로 커온 것인가. 처음부터 어른인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며 “일기란 시대사이고 사회사다. 그것이 모아지면 역사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수년간 6000여개의 각 학교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모아졌던 기록문화인 120만여권의 일기를 파괴하는 것이 학교에서 배웠던 중국의 분서갱유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금덩어리 돌반지나 예금통장 같은 것은 왜 땅에 파묻지 않나. 일기도 우리 학생들에게는 금덩이 가락지나 다이아몬드, 예금통장 같이 소중한 재산”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이씨는 “국민들을 위해 일하시는 대통령께서도 이 일을 알고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보는 것이다. 국민청원을 올린 것도 그 때문이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대표 최미숙, 학사모)이 주최하는 ‘사랑의 일기 가족 안전 한마당’ 참가자들이 지난 22일 청와대 녹지원을 방문해 김정숙 여사에게 '안전책자'를 전달한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공: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천지일보 2019.6.27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대표 최미숙, 학사모)이 주최하는 ‘사랑의 일기 가족 안전 한마당’ 참가자들이 지난 22일 청와대 녹지원을 방문해 김정숙 여사에게 '안전책자'를 전달한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공: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천지일보 2019.6.27

◆이씨의 인권을 무시한 LH?

이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통해 LH공사가 그의 인권을 무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달 4월 LH공사 세종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던 중 직원이 나오자 저는 준비한 서한문을 직원에게 드렸다”며 “그런데 그 직원 중 한 명이 ‘이런 것 받을 필요 없다’면서 서한문을 빼앗아 다시 휠체어 위에 놓여있던 파일에 일방적으로 도로 구겨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씨와 인추협 관계자들은 이 행동이 몸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인 이씨를 모욕한 행위라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이씨는 ▲많은 어린 학생이 자신의 일기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 ▲포클레인의 공사를 감독했던 LH공사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공동발굴할 것 등을 국민청원에서 요구했다.

이씨는 “앞으로도 LH공사로부터 어린 학생들의 소중한 역사와 권리가 담겨져 있는 사랑의 일기 반환 촉구를 위해서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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