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조선소 곳곳의 전경. 조선소를 찾은 관광객들이 구석구석 남아있는 과거의 모습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거나 경치를 즐기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
칠성조선소 곳곳의 전경. 조선소를 찾은 관광객들이 구석구석 남아있는 과거의 모습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거나 경치를 즐기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

칠성조선소서 떠난 시간여행

힐링 되는 경치에 커피 품고

배목수 3代 스토리에 매료돼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서울에서 2시간 30여분을 달리면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 웅장한 산맥, 그리고 2020년과 1960년대가 공존하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최근 젊은이들의 ‘뉴트로 핫플레이스(핫플)’로 유명해진 강원도 속초시에 대한 얘기다. 기자도 젊은 취향을 따라 2019년 12월의 마지막 주말 ‘뉴트로 감성 여행’을 떠났다.

◆‘뉴트로 핫플’ 칠성조선소

강원도 속초 칠성조선소 뮤지엄 건물에 있는 전시실과 작업실 전경. ⓒ천지일보 2020.1.2
강원도 속초 칠성조선소 뮤지엄 건물에 있는 전시실과 작업실 전경. ⓒ천지일보 2020.1.2

2019년의 마지막 주말, 속초 뉴트로 관광지의 대표 명소 ‘칠성조선소’를 찾았다. ‘조선소가 멋져야 얼마나 멋지겠어’라는 생각을 했다면 오산이다. 새롭게 변신한 칠성조선소는 커피와 경치는 물론 3대(代)가 살아온 스토리가 더해져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칠성조선소의 입구는 두 개다. 현재 전시실로 사용되는 건물로 들어서는 입구와 원래 문이 있던 곳. 전시실이 있는 뮤지엄 건물로 들어서자 60여년 칠성조선소의 역사가 펼쳐진다.

속초로 피난을 내려온 한 가족이 1952년 원산조선소에서 시작해 2017년 8월 폐업까지 65년의 기록 담긴 낡은 사진들, 당시 배를 만들 때 사용했던 기구들, 목선의 도면을 그려놓은 목판, 공임이 기재된 작은 수첩까지. 방대하진 않지만 3대 최윤성 대표가 예전 조선소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모은 기록물들이다. 뮤지엄 한쪽에는 과거와 현재가 3대의 역사를 상징하는 듯 ‘1952-2017’이란 숫자가 쓰인 빨간 소형 레저선박이 오브제로 놓여있었다.

강원도 속초 칠성조선소 뮤지엄 건물에 있는 전시실과 작업실 전경. ⓒ천지일보 2020.1.2
강원도 속초 칠성조선소 뮤지엄 건물에 있는 전시실과 작업실 전경. ⓒ천지일보 2020.1.2

전시실 밖으로 빠져나가자 입구 옆으로는 1964년에 지어진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의 낮은 건물들이 일렬로 자리하고 왼편으로는 은색 조립식 건물이, 정면으로는 목선을 끌어내거나 진수시키던 녹슨 레일과 잔잔한 청초호가 눈에 담긴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공간이지만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이 조선소만의 특유한 서체로 쓴 ‘칠성조선소’ 간판이 걸린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레일 위 널찍한 나무판에 앉아 ‘쌀롱’에서 받아 온 커피를 들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모습이 뉴트로 명소임을 입증하는 듯했다.

옛날 사무실과 식당 등으로 쓰이던 뮤지엄 건물 곳곳에는 활기 넘쳤던 조선소의 모습을 상상하며 청초호를 바라보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다. 또 2018년 전용원 목수와 함께 20여년 만에 재현해본 작은 목선 ‘북양’도 전시돼 있었다. 그 옆으로는 칠성조선소의 협력사인 협성기계 작업실이 있다. 배의 동력인 기계파트를 만들던 작업실에는 속초의 또 다른 명소이기도 한 ‘동아서점’과 ‘완벽한 날들’이 ‘바닷가 마을의 오래된 조선소’라는 주제로 큐레이션 한 책이 마련돼 있다.

강원도 속초 칠성조선소 뮤지엄 건물에 있는 전시실과 작업실 전경. ⓒ천지일보 2020.1.2
강원도 속초 칠성조선소 뮤지엄 건물에 있는 전시실과 작업실 전경. ⓒ천지일보 2020.1.2

뮤지엄을 빠져나와 레일을 따라 호수가 맞닿는 곳까지 걸어 나가니 아바이마을과 속초육지를 이어주는 빨간 설악대교가 푸른빛 바다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연출했다.

조립식 건물은 최윤성 대표가 창업한 레저용 선박을 만드는 ‘와이크래프트보츠’가 사용하는 ‘오픈팩토리’다. 예전부터 배를 만들어 왔던 공간을 최 대표가 소형 레저선박인 카누나 카약을 만드는 작업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것. 하지만 물밀 듯 밀려오는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오픈팩토리는 ‘칠성조선소쌀롱’으로 또 한번 변신했다.

원조 쌀롱은 맞은편, 최 대표 가족이 살던 오래된 가정집 건물이었다. 새롭게 오픈한 쌀롱에 들어서니 이곳이 배를 만들던 공간임을 알려주는 듯 카누가 일행들을 맞이했다. 위층으로 올라서니 다양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3면이 큰 유리창으로 둘러있었다. 설악을 병풍 삼은 속초 시내, 아담한 청초호, 설악대교를 앞세운 속초 바다 등 앉는 자리마다 속초의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칠성조선소를 뉴트로 여행의 성지로 만든 칠성조선소 쌀롱 내부의 다양한 모습. 원래 쌀롱은 최윤성 대표가 자라난 낡은 가정집 건물이었지만 최근 와이크래프트보츠가 소형 레저선박을 만들던 오픈팩토리를 개조해 쌀롱으로 사용하고 있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강원도 속초시의 다양한 풍광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천지일보 2020.1.2
칠성조선소를 뉴트로 여행의 성지로 만든 칠성조선소 쌀롱 내부의 다양한 모습. 원래 쌀롱은 최윤성 대표가 자라난 낡은 가정집 건물이었지만 최근 와이크래프트보츠가 소형 레저선박을 만들던 오픈팩토리를 개조해 쌀롱으로 사용하고 있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강원도 속초시의 다양한 풍광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천지일보 2020.1.2

◆이곳에만 있는 스토리의 매력

칠성조선소의 시작은 최윤성씨의 할아버지 최철봉씨부터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인 최씨의 할아버지는 6.25전쟁 당시 피난으로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조금이라도 더 고향과 가까운 곳에 정착하고 싶어 속초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만 해도 청초호 인근에는 소형조선소가 많았다. 이곳에 정착한 실향민들이 고기잡이를 하면서 어업이 번성했고 배가 필요했다. 이때 일제강점기 원산과 남만주에서 배 만드는 일을 했던 할아버지가 조선소를 내자 주문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어획량이 줄고 목선에서 철선,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선박으로 진화하며 무겁고 불편한 목선은 잊혀졌다. 결국 칠성조선소는 배 짓는 것을 포기하고 선박 수리공장으로 힘들게 명맥을 이어왔다. 그것마저도 힘들게 되자 최씨의 아버지는 2017년 8월 운영을 마감하고 조선소 정리를 결심했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그때, 최 대표가 아버지를 말리면서 지금의 칠성조선소가 탄생하게 된 것.

대학시절 조소를 전공한 최 대표는 애초 조선소를 물려받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작업을 하면서 주제나 형태가 ‘배’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고 급기야 미국 랜딩스쿨에 입학해 배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2013년 고향에 돌아온 최씨는 아내와 함께 소형 레저선박을 만드는 ‘와이크래프트보츠’를 창업했다. 그리고 아버지 조선소 한쪽에서 레저용 카누와 카약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사업으로 빛을 발하진 못했다. 오히려 조선소와 문화·관광을 결합해 ‘칠성조선소’를 변신시키면서 그의 가족도, 일도 빛을 발하고 있다.

운도 따랐다. 한국관광공사가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해 2018년 초 개최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강원여행’ 코스에 포함되면서 입소문이 빠르게 번져갔다. 덕분에 지금은 배를 만들지 않아도 추억을 만드는 명소로 옛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과거를 만나본 적 없는 청춘들에게 다듬지 않은 과거와 생생한 스토리는 ‘뉴트로 여행’이라는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해 보였다.

칠성조선소를 뉴트로 여행의 성지로 만든 칠성조선소 쌀롱 내부의 다양한 모습. 원래 쌀롱은 최윤성 대표가 자라난 낡은 가정집 건물이었지만 최근 와이크래프트보츠가 소형 레저선박을 만들던 오픈팩토리를 개조해 쌀롱으로 사용하고 있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강원도 속초시의 다양한 풍광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천지일보 2020.1.2
칠성조선소를 뉴트로 여행의 성지로 만든 칠성조선소 쌀롱 내부의 다양한 모습. 원래 쌀롱은 최윤성 대표가 자라난 낡은 가정집 건물이었지만 최근 와이크래프트보츠가 소형 레저선박을 만들던 오픈팩토리를 개조해 쌀롱으로 사용하고 있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강원도 속초시의 다양한 풍광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천지일보 2020.1.2
칠성조선소를 뉴트로 여행의 성지로 만든 칠성조선소 쌀롱 내부의 다양한 모습. 원래 쌀롱은 최윤성 대표가 자라난 낡은 가정집 건물이었지만 최근 와이크래프트보츠가 소형 레저선박을 만들던 오픈팩토리를 개조해 쌀롱으로 사용하고 있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강원도 속초시의 다양한 풍광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천지일보 2020.1.2
칠성조선소를 뉴트로 여행의 성지로 만든 칠성조선소 쌀롱 내부의 다양한 모습. 원래 쌀롱은 최윤성 대표가 자라난 낡은 가정집 건물이었지만 최근 와이크래프트보츠가 소형 레저선박을 만들던 오픈팩토리를 개조해 쌀롱으로 사용하고 있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강원도 속초시의 다양한 풍광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천지일보 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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