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연구가

필자는 지난 80년대 후반 2천년전 유적인 이탈리아 폼페이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화산재 무더기 속에서 발굴 된 유적들은 로마시대 생활사의 타임캡슐이었다. 노출된 건물 안에는 금방 그려 진 것 같은 아름다운 벽화가 많았다.

현대 도시계획을 보는 듯한 도로, 목욕탕, 숙소, 귀족들의 저택과 연회장이 당시 발전 된 문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퇴폐한 성생활을 보여주는 윤락가의 음란한 벽화도 있다.

그런데 한 건물의 천장에 닿은 벽면에 그려져 있는 정연한 당초문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고대 유물에서 볼 수 있는 인동 당초문(忍冬 唐草紋)이었다. 이 문양은 어디서 전래 된 것인가. 고대이집트에서 시작하여 그리스 미술에서 인용되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인도 간다라 미술이 동남아시아로 전래됐다는 설도 있다.

당초문양은 불가(佛家)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신성한 무늬다. 부처의 가사 옷깃에도 당초문을 장식한 경우도 있다. 고구려 고분에는 천장에 당초문을 그려 장엄미를 돋보이게 했다.

육각 인동문 와당 (제공: 이재준 고문) ⓒ천지일보 2019.12.30
육각 인동문 와당 (제공: 이재준 고문) ⓒ천지일보 2019.12.30

그러나 가장 많이 사용한 대상은 지붕을 덮는 막새였다. 와당에 인동 당초문을 가장 많이 사용한 나라는 역시 고구려다. 그런데 고구려 당초문양은 백제 암막새에 나타나는 아름다운 모양 보다는 힘차고 역동적이어서 주목을 끈다. 당초문이라기보다는 체력단련을 연마하는 젊은이의 자태다. 풀 무늬를 이처럼 역동적인 사람들의 모습으로 다자인한 표현력이 놀랍다.

여기 소개하는 와당은 육각으로 보기 드문 형태다. 가운데는 원형의 자방을 만들고 그 안에 ‘丁’자를 배치했다. ‘丁’자는 이 와당을 만든 시기를 알려주는 간지의 첫 자 아닌 가 추정된다. 자방은 육각의 각형을 만들고 모서리마다 6개의 인동당초문을 배치했다. 그런데 당초문은 흡사 두 팔을 벌리고 무예를 하는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와당의 외연은 육각 주연을 만들었는데 크기에 비해 넓게 표현되었다. 주연에는 아무런 문양이 없으며 심도(深度) 또한 깊다. 모래가 많지 않으며 색깔은 적색이다. 크기는 가로 13.5㎝, 세로 15.5㎝, 주연 폭은 1.2~1.5㎝, 자방은 3.2㎝X3.5㎝, 두께는 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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