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리소리박물관 전경. ⓒ천지일보 2019.12.19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전경. ⓒ천지일보 2019.12.19

창덕궁 바로 건너편에 위치

전국 향토민요 2만여곡 수집

음원·영상 감상실과 상설전시
 

체험거리 많아 아이들에 인기

애니메이션 등 볼거리도 풍부

자료검색대 통한 심화학습 가능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삭막한 도심 속 처마 곡선이 부드러운 한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옥이 눈에 점점 들어올수록 주변의 우뚝 솟은 고층빌딩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란 기우는 금새 사라졌다. 오히려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았다.

더욱 발길을 잡아끄는 건 한옥에 들어서니, 구성진 노랫가락이 귓전을 때렸다는 점이다. 이렇게 도심 속에서 우리네 향토민요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이다. 향토민요만 다루는 박물관으로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다. 지난달 21일 개관한 박물관은 서울 창덕궁 바로 건너편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그래서인지 가족과 함께 나들이 삼아 들르기에 적합해 보였다.

사실 민요를 우리 주변에서 접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민요는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노래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노래를 좋아했다. 일을 하면서도 의례를 치를 때도 노래가 빠지지 않았다. 박자에 맞춰 부르는 노래는 작업을 효율성을 높이고 지루함을 달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컵 모양의 스피커를 통해 민요를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9
아이들이 컵 모양의 스피커를 통해 민요를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9

이 중 향토민요는 지역민이 삶의 현장에서 부르던 노래를 일컫는다. 전문 소리꾼이 부르는 통속민요와는 달리, 민중의 입을 통해 전해져 지역의 삶과 정서를 비롯해 언어적 특징까지 오롯이 담겨 있다.

민요는 안타깝게도 1950년대까지 전승돼 오다가 점차 소멸돼 오늘날에는 듣기 어려운 노래가 됐다. 이는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맞물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노래가 설 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은 전국의 향토민요 2만여 곡을 수집해 시민 누구나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자가 지난 18일 방문한 박물관은 지상 1층~지하 2층 총 3개 층으로 구성돼 있었다. 내부 구조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관람시간도 길지 않아 누구든지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조건을 구비했다.

◆다양한 체험거리·볼거리 가득

한 시민이 컵 모양의 스피커를 통해 민요를 감상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9
한 시민이 컵 모양의 스피커를 통해 민요를 감상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9

무엇보다 시각과 청각을 이용한 체험거리가 많아 일반 시민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우선 고급스런 카페를 연상케 한 1층 음원감상실을 가보니, 지역별 대표 민요를 선택해 들을 수 있었다.

각 테이블에는 헤드셋이 구비돼 있었는데, 디스플레이를 통해 자신이 듣고 싶은 민요를 선택할 수 있었다. 전국 팔도의 민요를 들으며 창문 너머 창경궁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1층 복도를 따라 가니 멀티미디어 영상을 통해 민요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소리체험공간과 마주했다. 그리고 민요 수집의 선구자로 불리는 ‘임석재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특별전시공간이 있었다. 이곳은 우리 소리를 보존하고 발전시켜온 사람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그리고 나서 계단을 따라 이동한 곳이 지하 1층 상설전시설이다. 이곳은 다양한 민요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분류된다. ‘우리 소리로 살다’란 주제를 ‘일과 우리 소리’ ‘놀이와 우리 소리’ ‘의례와 위로의 우리 소리’ 등의 테마로 나눠 자신의 삶을 노래를 통해 풀어낸 민중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을 때, 집을 짓거나 짐을 나를 때의 민요를 컵 모양의 스피커나 헤드셋을 활용해 들을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을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해 보여줘 생동감도 있었다. 결국 소리가 중심이지만,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관람객이 지루해하지 않는 효과를 보는 듯 했다.

아이들이 소리와 관련한 문제를 맞추면 ‘강강수월래’ 춤을 추는 착시 애니메이션 인형(조이트로프)을 쳐다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9
아이들이 소리와 관련한 문제를 맞추면 ‘강강수월래’ 춤을 추는 착시 애니메이션 인형(조이트로프)을 쳐다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9

이뿐 아니라 원하는 장단을 선택한 뒤, 소리에 맞춰 북을 두드리는 장구 장단게임, 민요를 활용한 엽서 만들기, 소리와 관련한 문제를 맞추면 ‘강강수월래’ 춤을 추는 착시 애니메이션 인형(조이트로프) 등의 체험거리가 많아서 아이들이 재밌어 했다.

지하 2층에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자연의 소리를 감상하는 영상 감상실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안락한 빈백 체어를 이용해 편안한 자세로 영상과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스크린이라서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사계절과 어우러지는 우리네 소리를 최적의 음향감상 시스템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 복도에는 SP·LP·CD 등 시대와 함께 변화해온 음반을 전시해 놨다.

지상 1층의 별채인 우리소리 아카이브는 전시공간에서 다루지 못한 소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민요 관련 도서, CD플레이어, 자료 검색대를 활용해 민요에 대한 깊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실제 박물관이 보유한 음원만 하더라도 2만여 곡이자 악기와 음반은 5700여점에 달한다고 한다.

4·6살 자녀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주부 박지현(40, 서울시 종로구)씨는 “아이들이 동요와는 다르게 민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평소 듣는 기회가 적은데, 체험학습을 하기에는 제격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주에 또 오자고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고 신기해했다”고 말했다.

한 어르신이 원하는 장단을 선택한 뒤, 소리에 맞춰 북을 두드리는 장구 장단게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9
한 어르신이 원하는 장단을 선택한 뒤, 소리에 맞춰 북을 두드리는 장구 장단게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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