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김영란법·국정농단’ 여파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이 사회공헌으로 기부한 금액이 전년보다 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20대 대기업의 기부금은 15%나 줄었다. ‘국정농단’ 사태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지출·집행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기부금 내역을 공시한 406개 기업의 기부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부금 총액은 3조 6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3조 2277억원보다 5.1%(1648억원) 감소한 숫자다.

조사 대상 기업의 절반 이상인 206곳이 기부금을 전년보다 줄였다. 가장 기부를 많이 하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 3103억원을 기부했다. 전년(398억원)보다는 늘었지만, 2016년(4071억원)과 비교하면 968억원이 줄었다.

500대 기업 중 1000억원 이상 기부한 곳은 삼성전자와 SK㈜(1946억원), CJ제일제당(1221억원) 3곳 뿐이었다. 전년에는 1000억원 이상 기부한 기업이 7곳이었으나 1년 새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그 다음으로 국민은행(919억원), 신한금융지주(887억원), 삼성생명(877억원), 현대자동차(855억원), 하나금융지주(673억원), 한국전력공사(638억원), SK하이닉스(620억원) 등 순으로 기부를 많이 했다.

1년 사이에 기부금을 가장 많이 줄인 기업은 부영주택(-963억원)이었다. 호텔롯데, 신한은행, 한국전력, SK텔레콤, 신한지주 등도 기부금이 전년보다 500억원 이상 감소했다.

매출액과 비교해 기부금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은 호반건설이었다. 호반건설은 매출 1조6062억원의 2.03%인 327억원을 기부했다. 매출의 2% 이상을 기부한 기업은 호반건설이 유일했다.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이 1% 이상인 기업은 호반건설과 태광산업(1.04%) 등 2곳이었다.

이외에 광주은행(0.94%), 엔씨소프트(0.94%), 부산은행(0.84%), 경남은행(0.80%), 행복나래(SK 사회적기업, 0.75%), 네이버(0.71%), CJ ENM(0.69%), CJ제일제당(0.65%) 등이 기부금 비중 상위 10개사다.

매출 상위 20개 대기업의 기부금은 2016년부터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2016년 1조1456억원에서 2017년 9762억원, 지난해 9708억원으로 2년 새 15.3%나 감소했다.

지출 투명성이 이전보다 강조되며 기부금 집행이 까다로워지고, 기부금 전달 외에 직접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늘어난 점이 기부금 감소의 이유로 분석됐다.

CEO스코어는 “2016년 국정농단 사건과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일부 대기업에서 투명성 강화를 위해 기부금 집행 기준·절차를 강화했다”며 “기부금 지출에 대해 한층 조심스러워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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