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7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이 책을 읽기 전에 현대미술에 대해 말하지 말라.’

최근 진중권 교수가 펴낸 ‘미학 스캔들’의 표지에 적힌 글이다. 진 교수가 굳이 넣어달라고 요구한 문장이라고 한다. 그는 왜 현대미술에 대해 말하게 됐는가. 이는 지난 2016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조영남 대작 사건’과 연결된다. 진 교수는 당시 사건을 한국 미술계의 현대미술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낸 소극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사건이 던진 교훈만은 놓치지 말라는 의미에서 현대미술을 논하고, 대작 사건의 1심 판결 이후 쏟아진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을 담아 ‘미학 스캔들’을 펴냈다.

현재 조영남은 1심에서 유죄, 2심은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의 선고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달 27일 진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진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출판 후 반응은 어떤가.

아직 반응은 없다. 너무나 명확한 사실이라 반박할 것이 없을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와 뒤샹이 개념 혁명을 일으켰는데, 지금 한국 미술계는 개념 혁명의 의미를 모른 채 현대미술을 논하고, 논문을 쓰고, 작업하고 있다. 이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양자 역학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물리학 교수를 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어처구니가 없다. 반박이 나왔으면 좋겠다.

- 한국미술의 현대미술의 지식에 대한 부재는 어디서 온다고 보나.

교수들이 교수직을 기능이 아니라 신분으로 본다. 이론가들은 연구와 현실을 연결하는 감각이 없다. 서구에서는 여러 가지 예술적 실천과 비평, 문제 제기를 통한 논쟁을 하는 과정에서 이론이 나온다. 그런데 한국의 소위 말하는 이론가나 교수들은 이런 과정이 부족하다 보니 이론과 현실이 연결이 안 된다. 반면 예술가들은 이론을 모른 채 외국의 예술을 따라 한다. 그러다 보니 그림만 예뻐지고, 예술이 노동 집약적으로 변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7

- 현대미술의 부재를 허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미술사를 안 배우는데 어떻게 현대미술을 알겠는가. (예술가들은) 외부에서 하는 것을 보니 깊이는 없는 상태에서 겉멋만 든다. (교수들은 실행과 이론이) 연결된다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논문 쓰고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이런 상태가 코미디다.

- 대중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대중들은 화가가 직접 모든 작품을 그린 시기는 인상주의 시대로 아주 짧은 기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역할을 비평가들이 해줘야 한다. 예술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작가는 발신자, 작품이 메시지, 해독자가 관중이라면 해독자의 상층부가 비평가다. 이들이 나서서 말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 쓴소리를 도맡아 오고 있다. 그 에너지는 어디서 오나.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친구들이 에베레스트를 ‘에레베스트’라고 한다거나 배의 스크루를 ‘프로펠러’라고 하면 고쳐줘야 성이 찼다.

또 우리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하라고 이론가가 있는 거다. 정작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안 하면 안 된다. 아닌 건 아니다. 거기 맞춰줄 생각도 없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7

- 출판 이후 행보는.

감각론, 감각으로 본 미술사, 감각의 사회학으로 구성된 감각 3부작을 준비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예술에 대해 논하기 전에 이 책을 읽어라. 고전에 관심이 있든, 현대에 관심이 있든 이 책을 읽고 나서 뭐든 쌓아라. 지금은 정리가 안 된 난장판 상태다. 강력히 권한다. 읽고 나서 무엇을 읽을지, 미술이 어떤 논리로 발전해왔는지 알면 미술사에 대한 체계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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