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자본과 상업 영화 제작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주제와 형식으로 만들어진 독립영화가 크게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10년 전 ‘워낭소리’ ‘똥파리’ 등이 10만 관객을 맞으며 관심을 모았던 것이다. 자본의 논리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예술영화가 전성기를 구가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컸다. 이후 독립영화 제작이 꾸준하게 이어져 왔지만 그때만큼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독립영화의 위기론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2018년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독립영화는 113편으로 평균 관객 수는 9774명이었다. 2014년 개봉 편수 140편, 평균 관객 수 4만 92명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관객 점유율도 2014년 2.61%에서 2018년 0.51%로 대폭 줄었다. 개봉 편수나 관객 점유율 모두 워낙 미미한 수치여서 등락 자체가 크게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독립영화의 기운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희한한 것은 독립영화 제작 자체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4년 114편이 제작됐고 이후 꾸준하게 100편 이상씩 만들어져 왔다. 하지만 극장에 걸려 관객들과 만나는 독립영화는 줄어들고 있다.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면 아예 극장에 걸리지 못하고 묻혀 버리는 것이다. 비록 적은 예산이지만 죽을힘을 다해 만든 영화가 빛도 보지 못하고 창고로 들어가 버리는 작품이 많은 것이다.

독립영화는 다양성과 예술성이라는 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영화다. 때문에 독립영화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각종 독립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해마다 연말에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도 그 중 하나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11월 28일부터 12월 6일까지 9일 간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 독립영화 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이달 초 아트나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상영작과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역대 최다 편수인 총 1368편이 접수돼 이 중 엄선된 119편이 본선 경쟁, 새로운 선택, 특별초청 부문 등에서 상영된다.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신작 ‘후쿠오카’로, 서울과 후쿠오카를 오가며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인물에 얽힌 사연을 풀어낸다. 권해효 윤제문 박소담이 출연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중국에 반환된 이후 제작된 홍콩의 독립영화들이다. 프로트 챈 감독의 ‘메이드 인 홍콩’을 비롯해 ‘천상인간’ ‘프린스 에드워드역에서: 내 오랜 남자친구에게’ ‘유리의 눈물’ ‘10년’ 등 1997년 홍콩이 반환된 이후 선보인 홍콩의 독립영화 10편이 우리 관객과 만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홍콩이 반정부 시위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점을 감안하면, 홍콩 독립영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상영관을 잡지 못해 관객과 만나지 못하는 독립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 영 없지는 않다. 12월 한 달간 전국 케이블TV VOD를 통해 25편의 2019 서울독립영화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등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독립영화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꾸준히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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