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살면서 ‘정의’란 단어가 요즘처럼 많이 회자돼 본 적이 있었던가. 아이러니한 것은 자칭 정의로운 사람도 그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때라는 점이다. 진보와 정의의 심볼로 인식돼 왔던 ‘정의당’이란 정당이 있고, 이 정의당은 마치 정의의 가치를 독점해 왔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칭 진보를 앞세운 문재인 정권과 여당 역시 별반 다르지는 않다. 그런데 정의를 독점해 온 진영에서 가장 정의롭지 않은 이율배반적이며 모순된 사건이 그 어느 정권보다 더 심각하게 발생하며 국민을 우롱하는 사건이 비일비재하니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어쩌면 정의의 모순이 봇물 터지듯 터지는 것은 우연히 아니라 이미 예고된 바다. 그 이유는 진보와 보수는 개념 없이 무개념으로 세력화하며 오직 그 깃발만을 내세우고 또 따랐기 때문이다. 

현 문재인 정권과 그 아류는 누가 보더라도 지극히 역사적이며 과거 지향적이며 법 논리에 함몰된 보수며 나아가 보수적 색체가 짙은 세력이 틀림없다. 하지만 자신들의 가치는 진보에 있다고 한다. 

과거와 역사는 반면교사라는 말처럼 오늘과 미래를 위한 거울과 경계의 의미면 족하다. 그러함에도 과거지향적인 의식과 행정과 국정운영은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있으며, 오늘이 없게 하고 내일의 밑그림을 그릴 수 없게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보수 역시 누가 보더라도 외교와 경제 등 다방면에 걸친 주장에서 보수가 아닌 진보의 가치를 더 많이 엿보게 하고 있다. 이처럼 두 진영의 애매모호한 가치 기준이 온 나라를 오늘날과 같이 혼동케 하는 근본 원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오늘날 이 한반도에 불어 닥친 혼란은 거저 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얘기인즉, 이러한 가운데 얼마 전 정의당 소속으로 지금까지 진보와 정의의 전사로 싸우고 대변해 온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발언과 일련의 행보가 급부상하면서 화제를 낳고 있다.

그는 지금 정의에 대한 모순과 이율배반에 몹시 속상해하고 어쩌면 분개해 차원 다른 정의의 목소리 톤을 올리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에 대한 의견차이로 정의당에 탈당계를 낸 바 있다. 그 처리여부는 관심이 없다. 그는 지난 14일 서울대 사범대학에서 열린 한 강좌에서 “정의당은 애초 얘기했던 것과 달리 조 전 장관 임명에 찬성하겠다고 밝혀서 황당해 탈당했다”고 밝히면서 “원래 정의당은 조 전 장관 임명에 반대하고, 진보 사회에서 비판하면 내가 등판해 사람들을 설득하기로 했었는데 당이 이 의견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 얘기를 다시 정리하자면 이렇다. 조국 전 장관의 임명은 정의롭지 않기 때문에 정의당에선 정의의 가치에 걸맞게 반대하고,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겐 정의의 가치를 존중한 당론이며 결론이니 우리는 이 정의의 가치를 지켜나가자고 역설하겠다는 것이었으나, 정의당에선 애초 약속과 방침을 당리당략과 맞바꿔 버렸기 때문에 진 교수 자신은 거짓 정의와 정의당에 몸담을 수 없다는 논리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생각해 봤다. 정의라는 가치 하나로 살아온 진 교수 답다는 생각과 이러한 진 교수의 정의에 대한 가치야말로 숭고하고 티 없이 깨끗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 가치를 지키려 몸부림치는 자세가 숭고하기까지 하다.

작금에 진영논리에 함몰돼 내용도 가치도 없이 그저 내 편만을 위해 피켓을 드는 몰지각한 현실을 보면서 필자도 정의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날 강연에서 진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진실이 큰 의미를 잃었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최근 대중은 듣기 싫은 사실이 아니라, 듣고 싶은 환상을 요구한다”며 “사실은 수요가 없고 환상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꼬집고 있으니, 이 세대는 큰 울림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는 진실과 사실과 정의는 사라지고 그저 진영논리에 매몰돼 있는 세태를 한탄하는 메시지다. 심각한 것은 정의 이전에 도덕과 양심마저 무너진 세상이 되고 오직 법에 의존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미개한 나라를 만들어 그 속에서 우리는 이성 없이 감각 없이 마치 짐승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래도 나는 정의롭다는 고집스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현실이다.

누가 이런 나라를 만들었는가. 위선과 거짓과 쇼와 환상이 정의가 되는 이상한 나라를 누가 만들었냐고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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