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월간 글마루에서 연재한 ‘다시 보는 백제사’ 시리즈를 천지일보 온라인을 통해 선보입니다. 우리의 역사를 알고 더욱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과거 연재시기와 현재 노출되는 기사의 계절, 시간 상 시점이 다소 다른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글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사진 글마루

하남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요고
하남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요고

이성산성에서 찾아진 고대 악기 요고

이성산성은 경기도 하남시 춘궁동·초일동·광암동 등 3개리에 걸쳐 있는 표고 209.8m의 산능선에 축조되어 있다. 총 둘레는 1925m이며 산성 내부의 면적은 약 15만 5025㎡로 4만 7200평이 된다. 그런데 이 유적에서 매우 흥미로운 유물이 찾아졌다. 유물은 삼국시대 악사가 목에 걸고 사용하던 악기 ‘요고(腰鼓)’였다.

장구를 닮은 요고는 고구려 국내성 인근에서 찾아진 토제유물(서울 오정숙 뉴스월드대표 소장품), 세종시 나성리 토성과 대전시 월평동 백제산성(노사지성) 유적에서 각각 찾아진 나무로 만든 유물 등이 있다. 요고는 한양대박물관이 이성산성 발굴조사 20년을 정리하는 특별전에 전시되기도 했다. 그런데 요고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백제 고이왕(古爾王) 5(238)년 조에 ‘정월에 천지를 제사하는데 악기를 썼다(五年 春正月 祭天地用鼓吹云云)’ 라는 기록이 있다. 이성산성 요고는 고구려보다는 백제의 유물일 가능성이 크다.

요고가 한반도에 들어온 시점은 4세기 후반~5세기 초로 추정된다. 중국→백제→일본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일본에서 요고를 ‘오고(吳鼓)’로 부르는 데서도 뒷받침된다. 고구려 지안(集安)의 고분인 오회분(五盔墳) 4호묘와 5호묘 벽화에 요고를 연주하는 비천(飛天, 하늘을 나는 선인)의 그림이 남아 있다.

필자는 나무로 만든 요고는 국내 백제 지역 두 곳에서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백제의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삼국사기> 백제본기 고이왕 때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사용되었던 악기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을까. 이를 수습한 연구기관에서 과학적인 방법의 연대 추정 등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성산성에서는 또 ‘욕살(褥薩)’이란 고구려 관직명이 기록된 목간(木簡)과 고구려 자(尺)가 출토되었다. 이 유물은 백제계 토기류와 섞여 나온 것이다. 출토된 고구려 성주를 뜻하는 ‘도사(道使)’가 기록된 목간과 아울러 고구려가 백제로부터 빼앗아 경영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성산성에 있는 12각 건물지
이성산성에 있는 12각 건물지

이성산성 안의 주목되는 건물지

이성산성 안에서는 6채의 건물지와 저수지가 발견되었다. 건물지는 장방형 건물이 3동이고, 8각, 9각, 12각 건물이 각각 1동이다. 산성의 정상부 가까이에 있는 8각, 9각 건물은 장방형 건물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배치되어 있는데 동쪽의 9각 건물은 하늘에 제사지내는 천단이고, 서쪽의 8각 건물은 사직단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이 여러 각의 건물지가 한곳에서 조사된 것은 이성산성이 처음이다.

여러 각의 건물은 고구려, 백제, 신라 왕궁지에서 모두 찾아지고 있다. 이 건물은 사당이나 제사시설로 보고 있다. 팔각 건물지는 경주 나정(박혁거세), 평양 청암리 사지(金剛寺)와 최근에는 용인 할미산성에서도 확인되었다. 일본 도쿄의 고찰 가타기하라데라(樫原寺)에서도 팔각전탑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이성산성 발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8각 건물지의 구조는 중심부에 하나의 초석이 있고 이 중심초석에서 1m 거리에 4개의 초석이 각각 동·서·남·북의 방향과 일치하게 놓여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9각 건물지는 장방형 건물지의 북동쪽 4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건물지의 구조는 중심부에 120×50×30㎝ 정도의 초석 4개가 놓여 있고, 중심부에서 2.7m 거리에 9개의 초석이 1.9m 간격으로 놓여 있다. 여기서 다시 2.5m 바깥쪽에 9개의 초석이 놓여 있다.

가장 주목되는 12각 건물지는 2호 건물지 동남쪽 22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그 구조 중심부에는 초석이 없고 중심에서 1.6m 거리에 12개의 초석이 있으며 그 바깥쪽 2.1m 지점에 12개의 초석이 놓여 있다. 이 두 번째 초석 열에서 1.9m 지점에 다시 2.8m 간격으로 12개의 초석이 놓여 있다. 이같이 많은 다각 건물 유구가 찾아진 것은 이 산성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조사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성산성에 있는 9각 건물지
이성산성에 있는 9각 건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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