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출처:대한민국역사박물관) ⓒ천지일보 2019.11.11
춘향전(출처:대한민국역사박물관) ⓒ천지일보 2019.11.11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
시대 상황 반영한 대표작 공개
자본주의 문화 물밀듯 밀려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한국 영화의 역사가 100년을 맞이했다. 1950년대 중후반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국민에게 다양한 정서를 준 영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와 관련,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주진오)은 ‘1950년대 한국 영화, 새로운 시대를 열다’ 특별전을 개최하고 한국 영화의 변천사를 공개했다. 전시에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950년대 영화 포스터와 광고지 컬렉션 90여점이 선보였다.

이번 특별전은 한국 영화의 성장기라고 불리는 1950년대의 영화 포스터, 광고지, 영화 영상 등을 통해,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꿈꾸었던 우리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기회이다. 1950년대 한국 영화는 참혹했던 전쟁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위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좌절을 딛고 새롭게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희망을 보여줬다.

◆집단보단 개인 목소리에 관심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시대의 거울, 영화’에서는 1950년대 중후반 시기의 사회상을 잘 드러내는 대표작 3편을 선정했다. 6.25전쟁 이후 한국사회는 궁핍과 암울함이 일상에 드리워져 있었다. 한편으로는 새 출발에 대한 희망과 에너지가 일제히 분출되고 있었다. 또한 서구식 민주주의, 자본주의 문화가 물밀 듯이 흘러들어왔다. 사람들은 집단의 목소리와 이념보다는 개인의 목소리와 자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한국 영화는 기존의 계몽성을 탈피해 상업성, 대중성, 오락성을 본격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했고, 개성과 예술성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춘향전(1955년/ 이규환 감독)’ ‘피아골(1955년/ 이강천 감독)’ ‘자유부인(1956년/ 한형모 감독)’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하여 한국 영화 성장의 시작을 알렸다.

2부 ‘다양한 장르의 등장’에서는 시대극(사극), 멜로를 비롯한 도시현대극, 코미디, 범죄·스릴러, 현실비판적 사회물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제작됐음을 보여준다.

‘춘향전’의 성공 이후 시대극 제작 열풍이 일었다. ‘자유부인’을 필두로 유행한 멜로드라마는 보수적인 관습과 개방적인 신풍조 사이의 갈등이 주요 줄거리였으며, 1950년대에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희극영화로는 ‘서울의 휴일(1956/이용민 감독)’ ‘공처가(1958/ 김수용 감독)’, 김화랑 감독의 ‘홀쭉이와 뚱뚱이’ 시리즈 등이 제작됐다.

코미디 특유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통해 비극적 정서가 만연했던 이전 시대 한국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희망적 분위기가 엿보인다. 멜로가 가미된 최초의 스파이 스릴러 ‘운명의 손(1954년/한형모 감독)’ 등 새로운 장르의 영화들도 선보였다.

◆‘한국 최초’의 영화들

3부 ‘한국 최초’에서는 ‘한국 최초’라는 영예를 얻은 1950년대 영화들을 소개한다. ‘미망인(1955년)’은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 박남옥의 데뷔작이었으며,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1956년)’은 한국 영화 최초의 국제영화제 수상작이었다. 전창근 감독의‘이국정원(1957년)’은 최초의 한국·홍콩 합작영화였고, ‘생명(1958년/ 이강천 감독)’은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영화로서 대형 화면 시대를 열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별도의 공간에서 1950년대 주요 영화의 일부분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영화감상실도 마련했다. ‘운명의 손(1954)’ ‘시집가는 날(1956)’ ‘청춘쌍곡선(1956)’ ‘자유결혼(1958)’ ‘여사장(1959)‘ 등 5편의 편집본을 상영한다. 전시되지 못한 1950년대 영화 포스터‧광고지를 전시실 내 키오스크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29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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