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UN)총회를 계기로 한미정상회담이 열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2019.9.26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UN)총회를 계기로 한미정상회담이 열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2019.9.26

트럼프 “韓방위비 받기 더 쉬워”

15~16일 에스퍼 국방장관 방한

美 국방·외교·안보 총출동 압박

강경화 “방위비요구 상당히 커”

“지소미아, 日수출보복 철회시”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한국에서 방위비 10억 달러(1조2000억원) 받는 게 뉴욕 브루클린에서 임대아파트 월세 114달러(13만원) 받는 것보다 더 쉬웠다.”

지난 8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뉴욕주 햄프턴스에서 열린 모금행사에 참석하며 어릴 적 아버지와 임대료를 수금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과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동맹을 이익 수단으로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다시 주목된다.

오는 15~16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과 ‘지소미아 유지’ 등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5일 밤부터 방한해 2박 3일간의 일정을 보낸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차관보와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분담협상 대표,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안보·환경담당 차관은 지소미아와 방위비,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등을 압박했다.

내주 에스퍼 장관까지 한국을 방문하면 미 국방·외교·안보 책임자들이 총출동해 한국에 압박을 가하는 셈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 외교부에 한국 외교·안보 당국자들을 만나 한미동맹 현안을 논의한 뒤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 외교부에 한국 외교·안보 당국자들을 만나 한미동맹 현안을 논의한 뒤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6

미국은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나 지소미아 유지 등을 요구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을 보면 자국의 이익에 더 급급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9일(현지시간)에는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의 연설문비서관이었던 가이 스노드그래스가 ‘소신 지키기(Holding The Line): 매티스 장관 재직 당시 트럼프의 국방부’라는 제목의 자신의 신간 저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에 대해서 연간 600억 달러(약 70조원)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한국이 미국을 이용해먹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은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주한미군 순환배치와 한미연합훈련에 드는 비용 등을 포함한 ‘새 행목’을 제시하며 47억 달러(약 5조 500억원)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정의 틀을 깨고 새 항목을 만들어 한국의 분담금 액수를 늘리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독일 등과 협상을 앞두고 본보기로 삼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으로 우리 정부에 요구한 47억 달러는 올해 분담금 1조 389억원의 5배에 달한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전체 예산안이 513조인데 이 중 국방 부문이 50조 2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 전체 예산의 약 1%이며, 국방 예산의 10%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을 이용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한국을 이용해먹으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1.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1.8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미국 측의 요구가 과거와 달리 상당히 큰 폭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위비 분담금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서 유념하는 것들을 잘 검토하고 입장을 적극 개진하면서 협의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워킹그룹을 만들어 미국과 협상에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방위비 협상과 더불어 지소미아 종료도 문 정부가 코너로 몰린 모습이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는 조건이 없으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은 오는 23일이라서 시일이 촉박하다. 그렇다고 일방적인 철회는 패배를 인정하는 셈이 될 수도 있다. 대일 강경 입장인 문 정부로서는 지소미아를 파기하고 미국의 반발을 방위비 증액으로 연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 장관은 국회 예결위에서 오는 23일 종료하는 지소미아에 관련해 “한일 간의 갈등 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면서 “그 결정의 여파가 다른 외교 관계 관리에도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것을 충분히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고 신뢰할 만큼의 관계이냐의 문제”라며 “어떤 부당한 보복 조치를 갑자기 당했을 때 원칙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도 국익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일본이 7월 초 수출규제 조치 발표 이전의 상태로 돌릴 수 있다면 정부로서도 충분히 (지소미아 종료 결정 재고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이 실망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한미관계에 최대한 공조를 통해 관리해 동맹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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