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지난 2일 서울 성북동의 빌라형 주택에서 네 모녀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사망자는 70대 어머니와 40대 딸 세 명이다. 국과수는 최종 결과는 아니지만 부검 소견으로 일산화탄소 중독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자살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부터 두 딸이 주얼리 가게를 운영했지만 사업은 안 되고 월세 200만원은 감당하기 힘들어 보증금까지 까먹는 처지가 됐다. 3년 뒤 가게를 접고 보증금 3000만원에 100만원 월세 집을 얻었다. 4명이 함께 살면서 셋집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했다. 최근 월세를 수개월 밀리고 카드사와 신용정보회사 등으로부터 독촉장이 20여장이나 온 상태다. 건강보험료도 밀렸다.

6일 50대 아버지와 4살, 6살 두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역은 양주시고 숨진 곳은 차량 안이다. 번개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 아버지는 늦은 나이에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서 두 자녀를 두었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생활고 때문에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7월 남원의 월세 집에서 살던 70대 아버지와 30대 아들이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끊었다. “집주인 할머님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를 쓴 봉투 안에 120만원을 남긴 채 극단적인 결정을 했다. 아버지는 말기 대장암 투병 중이었고 아들은 결핵과 우울증을 앓았다.

2014년 2월 강남 3구에 속하는 송파구 지하방에 살던 세 모녀는 “주인 아주머니께...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글귀를 쓴 편지봉투에 주거비로 70만을 넣어 놓고 극단적인 결정을 했다. 월수입은 140만원이었다. 주거비로 70만원이 들어갔다. 나머지 70만원으로 세 사람이 살고 약도 사먹어야 했다. 어머니가 넘어져서 팔을 다쳐 그 돈마저 벌 수 없게 되자 극단적인 결정을 했다.

개도국을 공식적으로 ‘졸업’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했다는 대한민국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는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한 가족을 이루던 세 모녀와 네 모녀, 세 부자와 두 부자가 잇따라 죽음을 결행하는 참혹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생활고와 병마로 국민들이 죽어 가는데 대한민국은 너무나 조용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남의 일로 치부하는 사회가 된지 오래다. 국가기관은 혹시라도 책임질 일이 생길까봐 모른 척하는 모습, 이게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인가. 국민들의 죽음 앞에 국가가 보이는 반응, 이건 나라의 모습이 아니다.

국가기관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근본을 돌아보고 다시는 똑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람이 살기도 힘들지만 죽기도 힘들다고 한다. 얼마나 삶이 고통스러웠으면 여럿이 함께 자살을 하겠는가.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가 경제적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 받고 빚에 쪼들리는 국민들 모두를 정확히 파악하고 형편에 알맞은 대책을 내는 것이다. 양극화 극복과 빈곤 타파를 위한 근본 대책을 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 구성원이 경제적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리고 작은 병이 큰 병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다. 국회는 ‘송파 세 모녀 사건’ 때처럼 세 모녀에게 적용도 되지 않을 법을 만들어 놓고 ‘세모녀법’이라고 말하는 행태를 그만 두기 바란다. 이건 사기행각이다.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세 모녀에 대한 대책 마련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기까지 하는 거니까 이중으로 ‘죄’를 짓는 행위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자임하고 있다. 촛불을 든 사람들은 대통령과 그 권력만 교체하려고 거리로 나온 게 아니다. 경제적 빈곤, 병마에 시달리는 삶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온 사람이 많다. 새로운 사회를 갈망해서 나왔다. 이대로는 못살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

민중들의 마음에 답을 못하는 정부라면 더 이상 촛불정부를 자임해서는 안 된다. 이것 역시 국민과 역사를 속이는 행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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