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정필 기자]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가 1일 인터뷰가 진행된 서울 종로타워에서 “미세먼지 없는 세상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협업과 개개인의 참여가 필수적인 시대”라며 동참을 강조하고 있다. 트리플래닛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와 연대해 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6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가 1일 인터뷰가 진행된 서울 종로타워에서 “미세먼지 없는 세상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협업과 개개인의 참여가 필수적인 시대”라며 동참을 강조하고 있다. 트리플래닛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와 연대해 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6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

스타·기업·시민과 함께 262개 숲조성

“모든 환경문제 해결할 키워드 ‘나무’”

“숲으로 미세먼지 없는 세상 물려주자”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낯설던 미세먼지는 이제는 대한민국의 4계절 이슈가 됐다. ‘삼한사미(3일간 춥고 4일간 미세먼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매일 아침 날씨 뉴스에선 미세먼지에 대한 소식이 빠지지 않는다. 점점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해답을 찾고 싶은 마음으로 9년 전부터 이에 대해 고민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트리플래닛의 김형수(32) 대표를 찾았다.

‘미세먼지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인터뷰 후 아프리카로 향해야 하는 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가을하늘을 만끽해야 할 11월의 첫날이던 이날도 미세먼지가 대한민국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는 것처럼 환경도 더 발전할 줄 알았다. 하지만 환경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해졌고 이제는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모두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그의 말이 구구절절 와닿았다.

다큐멘터리에 빠져 살던 한 고등학생은 환경문제에 눈을 떴고, 이를 계기로 환경문제를 다루는 다큐를 직접 제작하게 됐다. 현실을 알리는 다큐라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인식변화는 줄 수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행동의 변화’가 뒤따라야 함을 깨달은 청년은 24세라는 어린 나이에 창업을 결심했다. 시작은 정민철 트리플래닛 이사와 군대에서 함께 텃밭을 가꾸고 환경문제에 대해 토론하던 것에서 출발했다. 가까워진 두 사람은 ‘나무 심기’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자연보호 활동이 시민단체에 집중되어있던 시기에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을 세워 나무를 심겠다는 신념으로 ‘트리플래닛’을 공동창업했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최근 ‘미세먼지, 산불, 필(必)환경’이 화제가 되면서 여기저기서 찾는 기업이 됐다. 특히 최근 새벽배송 1위 ‘마켓컬리’와도 손잡으며 트리플래닛의 활동은 더 날개를 달았다.

누구나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가장 쉽고 재미있는 방법을 고민했던 김 대표와 정 이사는 스마트폰 게임 ‘트리플래닛-오리진’으로 숲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게임 속 아기나무를 키우면 전 세계 곳곳에 실제 나무가 심어지는 구조였는데 이 게임으로 115만명이 중국, 몽골 등 사막화 지역에 나무를 심을 수 있었다. 입소문을 타면서 2013년부터는 ‘스타 숲’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팬들이 펀딩으로 참여해 연예인의 이름을 딴 숲이 생겨났다. BTS숲, 소녀시대숲 등 현재 80여개에 달한다. 2015년부터는 우연한 계기로 사건을 영원히 기억하는 ‘foRest in Peac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세월호 기억의 숲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연평해전 영웅의 숲 등이 만들어졌고 2016년부터는 네팔 커피농장 조성사업도 시작했다.

2017년부터는 게임을 벗어나 현실로 진출했다. 게임을 종료하고 나무를 현실에서 기를 수 있게 ‘반려나무 입양사업’을 시작한 것.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반려나무를 구매하면 수익금의 50%를 숲조성 기금으로 사용, 화재현장 등 숲이 필요한 곳에 나무를 심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부터는 초등학교나 보육원 등 실내에 숲을 만드는 ‘실내숲’ 조성사업을 시작했고 르완다와 롬복에서는 커피 농장사업 ‘메이크 유어 팜(MYF)’을 시작했다. MYF 커피를 마시면 고객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고 고품질 원두를 생산할 수 있게 가공시설을 만들고 원두는 전량 수입해 그 지역의 사람들도 먹고살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인도네시아, 르완다, 네팔 등에 MYF커피로 만들어진 숲은 1만 579㎡로 4만 5200그루의 커피나무가 심어졌다. 트리플래닛의 목표는 2020년까지 1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이다. 현재 13개 국가에 262개 숲을 만들고 86만 4658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마켓컬리와 트리플래닛이 조성한 서울월곡초등학교 교실 숲 나무에 한 어린이가 물을 주고 있다. (제공: 마켓컬리)
마켓컬리와 트리플래닛이 조성한 서울월곡초등학교 교실 숲 나무에 한 어린이가 물을 주고 있다. (제공: 마켓컬리)

많은 사람이 동참했지만 여전히 김 대표에겐 고민이 산적해 있다. 지금은 왜 나무가 필요한지 설득하지 않아도 되게 됐지만, 그 사이 환경은 더 나빠져 이제 절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건 기업들도 변화하고 지자체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마켓컬리가 선언한 ‘올페이퍼챌린지(All Paper Challenge)’라는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페이퍼챌린지는 지속가능한 유통을 고민하는 마켓컬리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과제 형식의 프로젝트다. 마켓컬리는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모든 포장재를 전환하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고객의 참여를 유도했다. 고객이 마켓컬리 제품을 구매하고 배송받은 종이박스를 문 앞에 내어놓으면 마켓컬리가 다음 배송시 이를 회수해 폐지 재활용 업체에 판매하게 된다. 이때 발생한 수익금이 트리플래닛에 전달돼 초등학교 교실 숲조성으로 연계되는 것이다.

그동안은 기업이 나무가 필요한 곳에 단순히 나무만 심어주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차원으로 숲조성이 진행됐다면 마켓컬리의 올페이퍼챌린지는 CSV(공유가치창출)의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올페이퍼챌린지를 진행한 지 한달도 안돼 지난달 21일 서울월곡초등학교 30개 학급 모두에 10개씩 화분을 배치했다. 이는 학급당 공기청정기 5대를 365일 내내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김 대표는 “기대 이상으로 아이들도 식물을 너무 좋아했고 나무가 다칠까 복도에서는 뛰지 않게 되는 변화까지 생겨 선생님들의 칭찬이 자자했다”며 “환경을 고려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뿐 아니라 그 소비로 인한 공헌활동의 수혜자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의미 있는 활동이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는 마켓컬리의 이익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이같이 의미 있는 변화에 택배 등 배송업체만 다 동참해도 굉장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굉장히 의미 있는 변화”라며 “이런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고 기업, 정부, 지자체 등의 협력도 중요한 때”라고 피력했다.

때문에 지금 김 대표의 고민도 ‘사회적 정의’와 맞닿아 있다. 그는 “정의롭지 않은 이윤은 의미가 없는 시대가 왔고 협력하지 않으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며 “사회, 정치, 경제도 중요하지만 이런 ‘사회적 정의’를 고민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내가 그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리플래닛은 내년부터는 도전의식이 강하고 미션수행에 강한 2030대의 동참을 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기존 파트너인 현대차나 한화 등과도 이를 고려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트리플래닛 팩토리도 오픈했다. 반려나무를 직접 입양하고 나무를 기르는 정보를 얻어갈 뿐 아니라 교육도 진행해 ‘반려나무 입양 문화’를 더 친근하게 생활 속에 정착시키기 위함이다.

그는 “이제는 개인이 어디서든 환경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하는 시대”라며 “직접 반려나무를 기르는 경험을 통해 나무와 환경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숲을 만드는 혁신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2030과 함께하는 캠페인과 더불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실내숲 조성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마켓컬리가 트래플래닛과 함께 하는 교실숲 조성을 위해 서울월곡초등학교에 나무를 전달하고 있다. (제공: 마켓컬리)
지난달 21일 마켓컬리가 트래플래닛과 함께 하는 교실숲 조성을 위해 서울월곡초등학교에 나무를 전달하고 있다. (제공: 마켓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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