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를 마친 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 교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철야기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철야기도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천지일보 2019.10.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를 마친 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 교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철야기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철야기도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천지일보 2019.10.26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히터랑, 담요를 챙겨왔다. 남편은 춥다고 먼저 갔지만 순교하겠단 마음으로 끝까지 남겠다.”

26일 새벽,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철야기도회’에 참석한 김모(71, 여)씨는 대형캐리어와 히터 등을 가져온 것을 보여주며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총신교회에 다니며 인천 월미도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왔다는 그는 “전광훈 목사를 원랜 안 좋아했다. 하지만 나라가 엉망인 상황에서 그 가려운 부분을 속 시원히 긁어 주는 게 좋았다”고 했다. 김씨는 화단에 깐 돗자리에 앉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문재인을 하야시켜 주시옵소서”를 거듭 외쳤다.

◆ 지역 목사 총출동, 전광훈 목사 치켜세워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 2차 국민대회’를 25일 10시까지 진행한 뒤 26일 오전 5시까지 철야기도회를 진행했다. 25일 오후 11시, 기도회가 시작되자 광장 주변엔 주기도문과 찬송가가 울려 퍼졌고 담요를 두 장씩 덮은 참석자들은 “아멘” “할렐루야”로 화답했다. 광화문광장 이순신, 세종대왕상을 포함한 세종문화회관 일대대로는 밤을 새우기 위한 참가자들의 돗자리, 텐트 등으로 가득 찼다.

이날 기도회엔 극우 성향의 지역 목사들이 나와 설교했다. 내일교회 지광선 목사는 “세계 교회사 역사에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고린도후서 3장 17절에 주는 영이시니 주의 영이 있는 곳에 자유가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 땅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했다.

이어 자신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승만 박사를 모셔왔다며 갑자기 성대모사를 펼쳤다. 그가 박 전 대통령의 음성을 묘사하며 “전 목사님과 함께 위기에 처한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주시길 바라나이다”라고 말하자 일대에선 환호가 터져나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5

익산에서 온 이병진 목사는 “이승만 대통령이 성경에 손을 얹고 기도해서 이 나라가 세워진 줄로 믿는다”면서 “70년 동안 자유와 민주주의를 마음껏 누리며 살아왔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됐다. 하나님을 섬기는 나라가 돼 교회도 5만여개를 세워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사랑해주셔서 신앙생활을 마음껏 하고 전광훈 목사님을 통해서 5만 교회가 하나 되는 역사를 만들어 주실 줄 믿는다”고 외쳤다.

전 목사는 이날 “내 주특기는 애국운동이 아니라 사실 성령 세례”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내가 오늘 모인 여러분들에게 성령 세례로 방언을 터뜨려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다 같이 “아멘”을 외치며 환호했다.

통성기도 시간, 곳곳에서 “문재인 하야”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참석자들은 서로 손을 맞잡거나 하늘로 손을 뻗고 “주여!”를 외치며 문재인 대통령을 하야시켜달라고 기도했다. 눈물을 흘리거나 방언으로 기도하는 참석자의 모습 가운데 문 대통령을 향해 심한 욕설을 하거나 “그를 죽여달라”는 등 믿지 못할 기도소리도 들렸다.

◆ 참석자 다수 60~70대… “나라에 희망 없어 나왔다”

철야기도회 참석자 대다수의 연령은 60~70대였다.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자리를 잡은 석모(78, 남)씨는 제주도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그의 옆에 대형캐리어 두 대가 놓여있었다. 베개와 이불 등 침구류까지 전부 챙겨왔다는 석씨는 “혼자 올라왔다. 나라에 희망이 없어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 목사를 지지하냐고 묻자 “링컨 같은 위대한 대통령이 될 분”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를 마친 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 교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철야기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철야기도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천지일보 2019.10.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를 마친 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 교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철야기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철야기도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천지일보 2019.10.26

10대 자녀나 부모님을 모시고 집회에 참석한 참석자도 있었다. 이모(65, 남)씨는 “같이 온 어머니가 나이가 많아 기도회 마치고 인근 사우나에 가서 자려고 한다”며 “원랜 밤을 새려했는데 빗방울도 떨어지고 기온도 떨어져서 안 되겠다”고 아쉬워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강수확률은 80%로 집회 중 빗줄기가 떨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담요·롱패딩 상인까지 등장… ‘음주’하는 참석자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주최한 광화문 철야기도회에서 제공된 돗자리가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6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주최한 광화문 철야기도회에서 제공된 돗자리가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6

주최 측은 이날 철야기도회를 위해 돗자리 수천장을 광장 인근에 쌓아놨다가 제공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제공된 돗자리에 일부 돗자리가 도로에 나뒹굴면서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집회 인근 도로에는 두꺼운 담요와 롱패딩 등을 파는 상인들이 등장했고, 닭꼬치, 어묵, 번데기, 소시지 등 먹을거리를 파는 노점상들도 장사진을 이뤘다. 기도회 참가자들이 노점상에 자리 잡고 앉아 야식을 즐기며 소주를 마시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노점상 주인은 “장사가 잘 된다”며 “남성분들 같은 경우는 오시면 술을 찾으셔서 아예 준비 해 놨다”고 설명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주최한 광화문 철야기도회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기도회 중간 노점상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6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주최한 광화문 철야기도회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기도회 중간 노점상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6

이들은 이날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일을 맞아 집회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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