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총리관저에서 만나 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국무총리실) 2019.10.25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총리관저에서 만나 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국무총리실) 2019.10.25

조세영 “日, 징용해법 없이 정상회담 어렵다는 입장”

“아베, 정상회담 관련 답 안 해… 실무조율도 없어”

日매체 “日정부, 한일정상회담 적극성 없어” 지적

전문가 “소통 모멘텀, 긍정… 협상안 만들어 내야”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회담이 지난 24일 마무리 된 가운데 한일 간 공식적인 외교적 소통의 길은 확보했지만 ‘정상회담’ 개최까지는 여전히 난제가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방일을 수행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25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이 마련되기 전에 한국과 정상회담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조 차관은 갈등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해결안 같은 것이 마련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쉽지 않다”며 “이런 입장을 일본은 계속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도 일본의 그러한 입장을 잘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번에 이런 정도로 기대감을 표현하는 완곡한 어법 정도로 우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4일 이낙연 총리는 아베 총리와 회담에서 “한일관계가 개선돼서 두 정상이 만나면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지만 아베 총리는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차관은 “구체적인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정부는 항상 정상회담에 열린 입장을 갖고 있고, 일본이 좋다고 한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과 관련 일본과 오가는 것이 있는지’ 질문에 “일본은 바로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든지 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실무에서 정상회담을 물밑 조율을 하고 있거나 그런 수준까지는 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차관은 이번 한일 총리 회담에 대해서 “지난 2018년 10월에 대법원 판결 이후후 굉장히 관계가 서로 힘들어졌는데 어제 최고위급 회담이 1년 만에 열렸다”며 “그런 점에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측 기본 입장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에 총리 회담 한 번으로 좁힐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일본의 프레임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총리관저에서 한일 관계 관련 현안을 두고 회담을 갖고 있다. (출처: 국무총리실) 2019.10.25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총리관저에서 한일 관계 관련 현안을 두고 회담을 갖고 있다. (출처: 국무총리실) 2019.10.25

일본 주요 언론들 중에는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을 조속히 열도록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서 “이 총리와 아베 총리가 전날 회담을 통해 경색된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인정했다”면서 “그것이 진심이라면 양국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일본의 무역·관광·민간 교류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악영향이 나타나는 지금까지 사태를 악화시킨 두 정권의 책임은 무겁다”며 “이번 회담에서도 양국 총리의 추상적인 말 외의 성과는 전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서로 상대의 양보만 기다린다면 방치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사히는 문제의 핵심은 “일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라며 이를 외면하고는 본질적인 관계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고 일본 정부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가 이번 회담에서 1965년 체결한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존중하고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며 “징용 문제는 어려운 과제이지만 서로 노력해 극복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사히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보복이 한일 간 악감정을 키웠다고 지적하며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과 조속히 직접 마주해 양국 국민의 이익을 찾는 이성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힘든 시간이 길어질수록 얽힌 관계를 푸는 것은 어려워진다”고 당부했다.

마이니치도 “모처럼 양국이 마주할 수 있는 기회에서 일본의 적극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로 지적하면서 “양국 관계 악화는 정치뿐 아니라 안보·경제·민간교류까지 악영향을 준다”면서 “양국 관계의 꼬인 사태를 타개하는 것이 정치의 책임”이라고 충고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이번 한일 총리 회담에 대해 “한일 양측 간 소통할 수 있는 모멘텀은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강제동원 판결 개인배상 문제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개입해서 포기하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일본도 전범기업 배상에 대해 한국이 해결 의지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열려도 양측 입장을 되풀이 하는 상황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한일 정상회담 기회가 앞으로 두 차례 정도 있으니까 협상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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