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미국과 독일 등의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헌법 제33조 제1항에서 노동3권의 주체를 근로자에 한정하고 있다. 동조항은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 등을 언급함으로써,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개인으로서의 근로자의 주장과 그 관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사용자의 단결권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기 때문에,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사회적 약자인 개개의 근로자를 보호하는 성격을 갖는다.

우리나라 헌법이 근로자의 보호에 우선을 두고 있는 것은 기본권의 주체로서 근로자에 대응하는 사용자가 재산권 보장과 직업의 자유에 기초해 경제적 우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헌법 제33조 제1항이 기본권의 주체로 근로자의 권리만 언급하고 있는 것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기본권 보호에서 헌법적 차별을 통해 노동영역에서 실질적 평등을 통한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헌법 제33조 제1항의 근로자의 노동3권은 노동영역에서 사회국가원리를 구체화하는 규범적 표현이다. 여기서 사회국가원리란 정의로운 사회질서의 형성을 위해 사회현상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분배하고 조정해 개개의 국민이 실제로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의무가 있는 국가원리를 말한다. 즉 사회국가원리는 국민 개개인의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원리를 의미한다. 이렇게 우리 헌법은 근로3권을 자유권이 아닌 사회권에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근로자와 달리 사용자의 단결권은 결사의 자유에서 보호하고 있다.

사회적 기본권으로서 노동3권의 성격은 국가에게 입법을 통해 근로자의 헌법적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해 국가는 노동3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도록 그 조건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이는 근로자에게 단결권을 보장함으로써 사용자와 대응한 관계를 갖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강제한다. 그래서 국가는 입법을 통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면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단결권을 위시한 노동3권의 사회권적 요소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의 근로조건에 관한 사적 자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입법 조치를 해야 할 국가의 의무이다. 헌법재판소는 노동3권의 성격에 대해 국가가 단지 근로자의 단결권을 존중하고 부당한 침해를 하지 않음으로써 보장되는 자유권적 측면인 국가로부터의 자유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권리행사의 실질적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해야 할 국가의 적극적인 활동을 필요로 한다고 하면서, 입법자가 근로자단체의 조직, 단체교섭, 단체협약, 노동쟁의 등에 관한 노동조합관련법의 제정을 통해 노사 간의 세력균형이 이루어지고 근로자의 노동3권이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필요한 법적 제도와 법규범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3권은 기본권적 자유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조건을 충족시키는 입법이 있어야 실질적으로 보장된다. 그런 점에서 근로자의 단결권 등은 다른 사회적 기본권처럼 입법자에 의한 구체적 입법형성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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