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공원에서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주최로 열린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 공표식에서 고인을 기리고 있다. 강피연은 “10.7일 ‘故 김선화 집사의 사건날’을 기념하여 강제개종희생자의 날을 선포하고자 한다”며 “강제개종의 피해와 그 심각성을 세상을 알리고, 강제개종철폐를 위한 집회”라고 밝혔다. ⓒ천지일보 2019.10.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공원에서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주최로 열린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 공표식에서 고인을 기리고 있다. 강피연은 “10.7일 ‘故 김선화 집사의 사건날’을 기념하여 강제개종희생자의 날을 선포하고자 한다”며 “강제개종의 피해와 그 심각성을 세상을 알리고, 강제개종철폐를 위한 집회”라고 밝혔다. ⓒ천지일보 2019.10.7

故김선화씨 2007년 10월 7일 강제개종 거부하다 사망

2018년 1월 두 번째 희생자 발생 … “피해자 1500여명”

한기총 소속 목사, 강제개종 사업 성행… 해외서도 비난 봇물

강피연, 정부 외면 규탄… 인권유린 강제개종 목사 처벌 촉구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이제 더는 종교가 다르단 이유로 혈육 간에, 부부간에 서로의 인권을 짓밟지 않길, 이 땅에 더는 비참한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가 강제개종 첫 희생자 발생 12년 만에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을 공표했다. 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공원에서 매년 10월 7일을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로 공표하는 행사가 치러졌다. 10월 7일은 강제개종으로 인한 첫 희생자인 고(故) 김선화씨가 강제개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전 남편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숨진 날이다.

“12년간 멈추지 않은 개종목사 악행”

박상익 강피연 대표는 “강제개종 첫 희생자의 소식이 전해진 날부터 이 안타까운 소식을 알려왔다”며 “그러나 개종목사들은 악행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살인마가 되는 것을 택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2018년 1월 광주에서 강제개종으로 인한 고 구씨의 죽음 앞에서 국가는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했다”며 “정부는 그녀가 올린 청원 글을 무시했고, 사건 발생 1년이 지났지만 검찰은 주범을 수사조차 하지 않고 우리에게 잊혀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국민 앞에 그들의 희생을 지키지 못한 죄인으로서 다시는 사죄드리고 그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오늘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을 공표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다시는 강제개종으로 인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간곡히 바란다”고 요청했다.

강제개종 피해 사례 발표를 위해 무대에 오른 고 김씨의 동생 김선미(가명, 40, 여)씨는 “더는 강제개종으로 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며 흐느꼈다. 지난해 강제개종에 끌려가 탈출을 시도하던 중 사고로 사망한 고 구지인씨의 친한 지인이었던 이지아(가명, 25, 여)씨는 “가족을 이용해 납치·감금을 조장한 강제개종 목사들에 대해 처벌을 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상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 전국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공원에서 열린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 공표식에서 강제개종 피해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상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 전국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공원에서 열린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 공표식에서 강제개종 피해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7

◆반헌법적 인권유린에 정부는 침묵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개종을 강요하는 강제개종은 명백한 반헌법적 인권유린이다. 이미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개종 목사에 대한 처벌은커녕,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강제개종 피해자와 유가족 등 시민 300여명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서서 강제개종의 현실을 눈물로 호소한 이유다. 강피연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강제개종 피해자는 1500여명에 이른다.

‘신념을 존중받는 인권, 신념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메시지의 공표식은 강제개종 피해자 추모영상을 시작으로 추도사, 발제, 추모관 헌화식, 개종피해 퍼포먼스, 가두행진 등 순으로 진행됐다. 공표식엔 약 300명의 시민들이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자리를 지켰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주최로 열린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 공표식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닦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주최로 열린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 공표식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닦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7

시민들은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공표식을 지켜봤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고 구씨의 강제개종 당시 상황을 재현한 개종피해 퍼포먼스에서 고 구씨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대사가 읊어지자 지켜보던 이들은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공표식을 마친 뒤 시민들은 ‘강제개종을 철폐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한기총에 도착해 “인권유린 조장하는 강제개종 철폐하라” “가정파탄 조장하는 개종목사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韓 강제개종 ‘국제망신’…돈벌이 목적

강제개종의 심각성은 고 구씨의 죽음을 기점으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강피연에 따르면 강제개종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최근 국내를 넘어 세계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올해 7월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선 유럽의 한 인권단체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8월에는 미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장관급회의 석상에서 국내 강제개종을 공식적으로 비판했다.

또 지난 8월 16일엔 미 국무부가 주관하고 약 100개국 정부와 500개의 NGO종교 단체 등이 참가한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회의’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소수종교 신도들을 향한 강제개종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제개독피해인권연대(강피연)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 공표식 이후 종로5가 인근에 위치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방향으로 가두행진을 벌인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제개독피해인권연대(강피연)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 공표식 이후 종로5가 인근에 위치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방향으로 가두행진을 벌인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7

상황이 이러함에도 청와대와 사법당국 등 관계부처는 기성교단의 영향력을 의식해 ‘종교의 자유’를 운운하며 종교문제에 끼어들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고만 있다는 게 강피연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국가가 ‘종교 살인’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피연은 “강제개종이란 비극이 대한민국에서 없어지도록 국가와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반성 없는 역사는 또 다른 잘못된 역사 들을 남기게 된다. 국민들도 내가 타인의 인권에 눈감은 순간 어느 날 내 인권 역시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강제개종 사업은 1인당 수천만원에 이르는 사례금을 받고 진행된다. 매년 수백명에 이르는 교인들이 납치·감금·폭행을 통해 개종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상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 전국대표를 비롯한 강피연 관계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공원에서 열린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 공표식에서 고인을 기리며 헌화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상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 전국대표를 비롯한 강피연 관계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공원에서 열린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 공표식에서 고인을 기리며 헌화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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