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안심전환대출’의 열기가 뜨겁다. 주택을 담보로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에게 1%대 고정금리로 전환해 주는 금융지원 제도다. 2015년에 처음 도입됐고 이번이 두 번째다. 1차 때도 인기가 많이 있었는데 이번 2차 전환대출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정부는 20조를 공급하는 걸 목표로 했는데 신청액이 40조가 넘는다 싶더니 최종 액수는 70조를 넘겼다.

액수가 많은 걸 보고 사업계획이 대 성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주택 가액의 한도를 9억원으로 잡고 소득 상한선을 연봉 8500만원으로 잡은 결과다. 대상을 더 높이면 더 많은 신청자가 몰렸을 것이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라고 하지만 이들 대상자들이 서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민의 이름을 아무데나 갖다 붙이지 마라.

커트라인은 2억원대에서 결정될 거라 한다. 그렇게 되면 신청자의 60%는 탈락한다. 무려 37만 세대다. 기대감을 가지고 서류 꾸미고 마음 썼을 텐데 실망감이 클 것이다. 대출을 전환하면 얼마가 절약되나 계산해 보고 좀 더 밝은 미래를 상상할 사람들의 마음도 미리 생각해 보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번에 나온 2차 ‘안심전환대출’이 그리도 필요하고 그리도 긴급한 일이었는지 묻고 싶다. 집 없이 사는 사람들과 세입자들이 인구의 절반에 이른다. 이 사람들은 쏙 빼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의 부채 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발상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지난달 ‘안심전환 대출’이 처음 나왔을 때 언론에서 나오는 뉴스만 보고 어떤 세입자는 ‘나도 해당되는 것 아닌가’하고 궁금해 했다. 세입자는 아예 원천적으로 자격을 박탈했다. 세입자는 국가 정책에서 언제나 ‘패싱’이다. ‘세입자 패싱’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입자 배제를 의미하는데 세입자는 정책 고려 대상이 아니다. 집을 소유한 사람만 보이는 것이다. 촛불 대중투쟁으로 정권이 전복되고 새로운 정권으로 바뀌었음에도 세입자 패싱은 여전하다. 언제까지 세입자들은 유령취급 될 것인가.

집이라고 하는 것이 모양만 집이라고 해서 다 집이 아니다. 사람이 숨 쉬고 살만해야 집이다. 집으로서 조건을 갖춘 ‘집’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국민의 60%가 넘을 것이다. 전환 대출을 해줘야 할 사람들은 바로 이 사람들이다.

집으로서 최소한의 조건도 못 갖춘 공간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최소한 이런 기준은 되어야 한다고 국가기관이 정해 놓은 ‘최저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 주거기준 미달가구’가 정부 통계로만 111만 가구이고 주택의 물리적 조건을 갖추지 못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볼 수 없는 고시원, 반지하 등의 ‘비주택’ 가구가 정부 통계로만 36만 가구에 이른다. ‘비주택’ 가구,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와 상태가 안 좋은 주택에 사는 세입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악성 부채로 고통 받고 있다. 전환대출은 이 사람들이 받아야 한다.

주택을 담보로 이자, 특히 변동금리 방식의 이자를 부담하고 집을 산 사람은 이자율 등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집을 소유했지만 이자부담에 고통을 겪는 사람이 많다. 이번 전환대출로 숨통이 트이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집을 소유한 사람보다 더 힘들게 사는 세입자는 패싱하면서 집값 한도를 9억원, 소득 한도를 8500만원까지 정하니까 고구마 먹다가 속이 막힌 것처럼 답답해지는 것이다.

연 최대 24%까지 받을 수 있는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의 순익이 최근 3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불법 사채업체가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를 보면 무주택자들과 돈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국가 이름으로 전환대출을 하려면 고금리에 숨 막히는 서민들 가구를 전수조사하고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게 정도고 순서고 정의다.

나름 사정이 있겠지만 빚내서 집 산 사람은 부채에 대한 책임 의식을 느끼는 것도 필요하다. 이자를 낮춰주는 게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여야 되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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