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전 동의대 외래교수

ⓒ천지일보 2019.9.25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와 정보를 찾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자신만이 옳다는 편향성이 지나치다 보면 자신의 의사에 부합되는 정보만 골라내서 꿰맞추거나 궤변으로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

이렇게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겠다는 심리적 병리 현상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확증편향의 주요 증상은 가설을 확증하는 증거에 몰입하고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선호해 선택적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데 있다.

즉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증거(확증)는 수용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부정하거나 반대되는 증거(반증)는 배척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이때 주어진 정보의 객관성은 증거 수집을 위한 판단에 있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확증편향의 원인은 자기 논리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선입견 때문이다. 자기 견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새로운 정보나 다른 의견은 틀린 정보로 인식하고, 이로 인해 자신의 주관적 판단에 부합하는 정보를 중요한 것으로 인지하고, 기존의 관점과 충돌하는 정보의 가치는 평가절하된다.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보를 재해석(축소ㆍ왜곡)하는 자기합리화가 발생, 자신의 편견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확증편향의 성향을 가진 사람을 요즘 젊은이들은 ‘답정너’라고도 부른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을 가진 이 신조어는 자신이 상대방에게 받기 원하는 동의나, 원하는 대답을 정해놓고 상대방에게 질문하는 사람을 뜻한다.

답증너나 확증편향은 원하는 답변을 스스로 정해놓고 자신의 주장을 부정하거나 반박하는 논리(반증)는 거부하거나 원천적으로 배척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쉽게 말해 둘 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라는 이야기다. 이런 점에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 역시 일맥상통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한일 과거사 문제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문제를 기점으로 여야 정치권과 각각의 이해집단들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각각 진영논리에 입각하여 집단적인 확증편향적 태도와 답증너, 내로남불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건전한 비판과 이성은 마비되고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흑백논리만 횡횡하며 국론은 분열되고 있다.

확증편향에 치우치게 되면 자신의 기대 심리를 충족하는 부분적 현실만을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로써 자신의 예상과 어긋나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을 합당화시키는 근거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편향된 시각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자기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불리한 정보는 무시하는 경우, 이성이 아닌 감정적 논리에 따라 현실 인식이 이루어지므로 객관적ㆍ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진다.

또한 확증편향에 빠지면 자신의 주장은 침소봉대하면서 남의 의견은 물론 나아가 인격까지도 무시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 눈앞에 나타나는 현실도 무시하려다 보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근거나 자료는 부정하거나 걸러내려 한다. '현실을 무시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님'을 인지하지 못하다 보니 불신을 증폭시키고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자기 생각을 지지해 주는 정보를 선호하기 때문에 나의 주장을 옹호하는 의견은 유쾌하지만 반대되는 의견은 불편하고 불쾌하게 느낀다. 따라서 확증적 편향의 맹점은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고 부정적인 반응이나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독단에 빠진다는 데 있다.

특히 조직이나 집단에서의 확증적 편향은 자신의 논리가 맞다고 확신하고 반증을 거부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 같은 확증적 편향에 의한 결정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까지도 야기할 수 있다.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므로 자기 생각이 항상 옳지만은 않다고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이러한 자기 검증을 통해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내로남불, 확증편향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편협한 사고의 범주를 확장하고, 나와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역지사지의 태도로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성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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