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임문혁(1949 ~  )

온몸 던지지 않고 어찌
허공 한 귀퉁이 차지할 수 있으랴

진액 다 뽑아내지 않고, 어찌
집 한 칸 얽을 수 있으랴

한철 다 바쳐 기다리지 않고
어찌, 먹이 한 줌 거둘 수 있으랴

허공에 걸어놓은
눈물

[시평]

서울살이를 접고 시골로 이사를 온 후, 집안 곳곳에 쳐놓은 거미줄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가 있다. 처마 밑이며, 헛간 위, 심지어는 현관 앞에까지 거미들이 거미줄을 쳐놓고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그곳이 마치 자기의 작은 왕국인 양, 그래서 그 어떠한 것에도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모습으로 쳐놓은 거미줄. 마치 자신의 온몸을 던져 허공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듯이, 거미는 그 가운데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이러한 거미를 바라보면서, 그 거미들이 한 영역을 차지하고 살아가는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네 삶의 한 부분을 떠올린다. 마치 작은 집 한 칸 마련하기 위하여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을 해야만 하는 그런 삶을, 또는 먹이를 구하기 위하여 참으로 많고도 많은 인고(忍苦)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그러한 우리네 지난한 삶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 허공에 얼기설기 그물을 치고 떡하니 버티듯이 자리하고 있는 그 거미가 마치 우리들 힘든 삶의 시간을, 때로는 견디고, 때로는 기다리며, 때로는 버티듯이 살아온, 그러한 날들의 상징인 양, 그리하여 마치 허공에 매달아 놓은 우리네 고달픈 눈물과도 같은 것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 거미뿐이랴, 살아가는 그 시간의 고통이라는 것은 그 어느 존재라도 모두 모두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거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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