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산성 정상에 있는 신행주대첩비에 오른 한 노인이 시원하게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9
행주산성 정상에 있는 신행주대첩비에 오른 한 노인이 시원하게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9

서울근교 가을나들이 명소 행주산성

시원하게 뻗은 한강·북한산보며 힐링

주변 ‘행주산성역사공원’은 야경명소

가을밤 한강보며 잔디밭서 치맥파티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높고 깊어진 짙푸른 하늘, 선선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 가슴이 뻥 뚫릴 듯 시원하게 뻗은 한강, 한눈에 담기는 웅장한 북한산, 이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가을 최고의 나들이 명소이자 가을 힐링포인트 ‘행주산성’을 찾았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자리한 행주산성은 1593년(선조26) 임진왜란 3대 대첩 중의 하나인 행주대첩을 치른 역사적 현장이다. 권율 장군의 불퇴전 지휘로 2300명의 정예병과 승병, 의병, 부녀자 등 3000여명이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3만여명의 왜군을 물리친 곳이다. 당시 앞치마에 돌을 날라 싸운 부녀들의 공적을 기리는 뜻에서 ‘행주치마’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승리의 상징이면서도 선조들이 희생된 이곳은 현재는 작은 규모지만 곳곳에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역사적 체험장이 어우러진 명소로 거듭나 있다. 특히 멋진 경관 덕분에 지금의 행주산성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힐링 장소가 돼 있었다.

대첩문이라 적힌 입구로 들어서자 조선 중기 명장 충장 권율 도원수의 5m 동상이 위풍당당 서 있다. 임진왜란 중 전주성을 점령해 호남을 확보하려는 일본군을 이치고개에서 대파한 권율 장군은 이후 독산성(경기도 오산)에서도 승리해 왜군의 호남·호서지방 진격을 막았다. 이어 한양(서울)을 회복하려고 1593년 음력 2월 행주산성으로 진을 옮겼고, 여기서도 대승을 거둔 인물이다. 동상 뒤편에는 행주대첩 당시 관군, 승병, 의병, 여성들의 치열한 항전 모습이 담긴 부조물이 권율 장군을 호위하고 있다.

행주산성 내부로 들어서자 조선 중기 명장 충장 권율 도원수의 5m 동상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천지일보 2019.9.19
행주산성 내부로 들어서자 조선 중기 명장 충장 권율 도원수의 5m 동상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천지일보 2019.9.19

목숨 바쳐 이 나라를 구한 주인공들을 생각하며 잠시 묵념을 하고 옆에 난 길을 따라 5분여 올라가니 권율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 ‘충장사’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일행은 이를 지나쳐 ‘대첩기념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유물전시관은 행주대첩 당시 무기고와 군량창고로 추정되는 곳에 1980년 건립됐다. 기념관의 규모는 작지만 화차, 신기전(기), 총통(기) 등 무기류와 대첩기록화, 대첩비문 탁본, 권율 장군 친필, 기타 산성에서 발견된 유물 등 볼거리가 다양해 아이들의 역사교육 장소로도 탁월했다. 아직도 날이 바짝 선 화살촉과 1m가 훌쩍 넘는 활들, 시한폭탄 역할을 한 ‘질려포통’ 등 실제 병기를 보니 당시의 접전이 더 실감 나게 다가왔다. 실제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은 무기들을 자세히 살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대첩기념관을 나와 행주산성의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대첩비’까지 오르는 데는 느린 걸음으로도 10분이면 충분했다. 왼편으로는 주황빛 방화대교와 푸른 한강물이 어우러진 멋스러운 풍광이 펼쳐져 길을 걸으면서도 힐링이 됐다. 언덕을 올라 왼편으로 돌아서니 한강과 인근 서울, 김포시 등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정자 ‘덕양정’이 자리해있다. 바로 위쪽으로 조선 명필 한석봉의 글씨로 쓰여진 ‘행주대첩비(초건비)’가 있다. 하지만 현재는 글씨가 마모되어 식별이 어려웠다. 이를 대신해 바로 뒤편 정상에 15.2m 높이의 웅장한 ‘신 행주대첩비’가 우뚝 서 있었다. 권율 장군처럼 서울을 지켜내려는 듯 듬직한 멋스러움을 풍겼다.

행주산성 내에 있는 행주대첩비와 신행주대첩비. ⓒ천지일보 2019.9.19
행주산성 내에 있는 행주대첩비와 신행주대첩비. ⓒ천지일보 2019.9.19

행주산성의 비경이 바로 이 신행주대첩비에서 바라보는 전경이다. 대첩비가 있는 정상에 오르니 덕양정과는 다르게 앞을 가로막는 나무들이 없어 시원하게 경치가 눈에 들어왔다. 쭉 뻗은 한강과 자유로를 따라 시원하게 내달리는 차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에 답답하게 쌓였던 케케묵은 고민까지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인생샷을 남기기에도 제격이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 무리와 가만히 앉아 한강을 바라보며 쉬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각기의 방식으로 삶의 고단함을 해소하고 있었다.

행주산성 정상에 있는 15.2m 높이의 웅장한 ‘신 행주대첩비’에서 바라본 경치. 시원하게 뻗은 한강은 물론 자유로, 서울시, 김포까지 한눈에 담긴다. ⓒ천지일보 2019.9.19
행주산성 정상에 있는 15.2m 높이의 웅장한 ‘신 행주대첩비’에서 바라본 경치. 시원하게 뻗은 한강은 물론 자유로, 서울시, 김포까지 한눈에 담긴다. ⓒ천지일보 2019.9.19
행주산성 정상에 있는 15.2m 높이의 웅장한 ‘신 행주대첩비’에서 바라본 경치. 시원하게 뻗은 한강은 물론 자유로, 서울시, 김포까지 한눈에 담긴다. ⓒ천지일보 2019.9.19
행주산성 정상에 있는 15.2m 높이의 웅장한 ‘신 행주대첩비’에서 바라본 경치. 시원하게 뻗은 한강은 물론 자유로, 서울시, 김포까지 한눈에 담긴다. ⓒ천지일보 2019.9.19

신대첩비에서 내려와 행주대첩 승리에 대한 영상물을 상영해주는 ‘충의정’으로 향하다 보니 고양시와 북한산의 산맥이 한눈에 담기는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더 옆으로 돌아가자 이번엔 한강하류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한강을 바라보게 놓여 있는 벤치에 앉아 한없이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고 있노라니 이게 웬 호강인가 싶을 정도였다. 서서히 어둑해지는 하늘을 보며 석양과 밤하늘의 별까지 눈에 담고 싶었지만 하절기 운영은 6시까지라 충의정, 충훈정(국궁 연습장), 진강정(정자), 행주산성 토성 등을 뒤로한 채 나와야 했다. 7~8월에는 매주 토요일 22시까지 야간개장을 하고 있어 한강의 야경을 더 오래 만끽할 수 있다.

행주산성의 신행주대첩비 옆에 있는 ‘충의정’으로 향하다 보면 고양시와 웅장한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지일보 2019.9.19
행주산성의 신행주대첩비 옆에 있는 ‘충의정’으로 향하다 보면 고양시와 웅장한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지일보 2019.9.19
행주산성 정상에서 행주대교 방향의 한강 하류의 멋진 경치도 감상할 수 있다. ⓒ천지일보 2019.9.19
행주산성 정상에서 행주대교 방향의 한강 하류의 멋진 경치도 감상할 수 있다. ⓒ천지일보 2019.9.19

못다 한 가을 나들이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인근 ‘행주산성역사공원’을 찾았다. 덕양산 아래 있는 한강변 공원으로 발을 담글 수 있을 정도로 한강물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예전부터 행주 마을 아낙네들의 빨래터가 있던 곳이라 물가까지 내려갈 수 있게 돼 있었다. 또 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있어 아름다운 조명으로 반짝이는 방화대교, 행주대교를 품은 한강의 야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였다. 간이 의자를 펴고 석양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연인, 돗자리를 펴고 깔깔호호 웃으며 치맥파티 중인 가족들, 노을 지는 한강을 배경 삼아 시를 낭송하는 동호회 다양한 풍경이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여유가 찾아왔다.

이외에도 행주산성 주변에는 행주서원, 행주성당, 행주산성역사누리길 등 다양한 명소가 있고 무엇보다 이미 소문난 맛집들도 즐비해 있다. 한강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차한잔이나 식사를 하기에도 제격이다. 여유롭게 서울의 숨은 경관을 보고 가을밤 한강의 야경이 그리울 땐, 행주산성만 한 곳이 없을 듯하다.

행주산성 인근에 위치한 행주산성역사공원 풍경. 한강 바로 옆에서 가을 석양과 한강의 야경들을 만끽할 수 있다. ⓒ천지일보 2019.9.19
행주산성 인근에 위치한 행주산성역사공원 풍경. 한강 바로 옆에서 가을 석양과 한강의 야경들을 만끽할 수 있다. ⓒ천지일보 2019.9.19
행주산성 인근에 위치한 행주산성역사공원 풍경. 한강 바로 옆에서 가을 석양과 한강의 야경들을 만끽할 수 있다. ⓒ천지일보 2019.9.19
행주산성 인근에 위치한 행주산성역사공원 풍경. 한강 바로 옆에서 가을 석양과 한강의 야경들을 만끽할 수 있다. ⓒ천지일보 2019.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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