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석유 시설과 유전이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15일 EU가 공개한 위성 사진에 사우디 부크야크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원유처리 시설 중심부가 검게 탄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출처: 뉴시스)
14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석유 시설과 유전이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15일 EU가 공개한 위성 사진에 사우디 부크야크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원유처리 시설 중심부가 검게 탄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생산시설 두 곳을 타격한 무인기 드론 공격 사태로 국제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드론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으며 이란을 지지하는 러시아와 중국은 성급한 결론을 내서는 안된다고 맞대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정보에서 이란이 이번 공격을 위한 근거지였다는 사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중동 지역에서 원수지간인 사우디와 이란의 대결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하고 있다.

냉전시대 때는 미국과 소련이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우디와 이란이 다양한 형태의 대리전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힘이 커진 사우디 정부는 이란을 점점 실존적인 위협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젊은 빈 살만 왕세자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모든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중동 지역에서 가장 힘이 막강한 사우디와 이란이 중동지역 패권을 쥐기 위해 서로 눈치를 보며 그 세력을 넓히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동 지역의 패권은 수니파와 시아파로 갈린다. 친사우디 진영에는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이집트와 요르단이 있으며 친이란 진영에는 시리아, 레바논에 거점을 둔 헤즈볼라,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도 속한다.

이슬람의 발상지인 사우디는 스스로를 이슬람의 지도자 국가라고 여긴다. 배후로 지목된 이란이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한 것은 사우디 정부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수니파에 맞서는 시아파의 공격이라 볼 수 있다.

사우디와 이란은 수천년 동안 원수처럼 지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로 더욱 첨예한 갈등과 힘겨루기를 하는 중이다.

특히,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소수 수니파를 대표하는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되면서 다수 시아파 정부가 들어섰다. 이란의 입김은 더욱 강해졌으며, 중동 전체를 대표하는 사우디와 이란은 종교의 분쟁을 넘어 현실정치와 석유시장 점유권 등 난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14년 발발한 예멘 내전은 정부군을 지지한 사우디와 후티 반군을 지원한 이란의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

후티 반군은 내전 발발 후 사우디 공항 및 석유 시설을 노린 드론 공격을 여러 번 시도했었으며, 이번처럼 사우디 석유시설의 ‘심장부’에 치명타를 준 경우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스커드 미사일을 쐈던 1991년 걸프전 후 가장 심각한 피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란은 예멘 내전에서 후티 반군을 지원하며 드론 및 탄도미사일 기술을 지원하고 있으며 사우디는 미국과 함께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며 예멘 전역을 장악하는 태세다. 예멘 내전 속에서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도 지속되고 있으며 파워게임은 멈추지 않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현재 이슬람 국가(IS) 격퇴가 다급한 트럼프 정부는 이라크의 다수 시아파 정부의 협조가 절실해 좋은 관계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이에 반해, 이란은 사우디 원유의 수출길을 막고 걸프 해역 운송로를 장악하기 위해 힘을 키우고 있다.

이번 석유시설 파괴에 대해 이란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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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란이 사우디 석유 시설을 공격했다는 미국 정부의 언급에 대해 “그런 헛되고 맹목적인 비난과 발언은 이해할 수 없고 의미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이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 관리들과 무기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이란이 국방 전략의 일환으로 미사일과 드론 기술을 발전시켜 예멘 지역의 연합군에게 이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란은 이를 통해 자신들을 대신해 공격할 수 있는 대리인들을 지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와 이란이 예멘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예멘은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로, 예멘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사우디의 입장에서 예멘이 후티 반군에게 장악당할 경우 이란과 이라크 등 시아파 정부에게 둘러싸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떠안을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우디는 미국이 이란 경제 압박을 가해줌으로써 예멘 내전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게 지원하기 때문에 ‘오일 머니’로 미국의 강력한 지원군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 평론가들의 중론이다.

이번 석유시설 파괴로 국제사회는 사우디,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러시아, 중국 등으로 대리전 양상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팀을 소집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논의했으며,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대행인 찰스 쿠퍼먼 NSC 부보좌관과 함께 이번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논의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대예멘 연합군의 투르키 알 말리키 대변인은 “파편과 잔해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 따르면 공격에 사용된 무기는 이란산”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드론 피습 직후 “전투채비를 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날 트위터를 통해 “대응을 서두르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BBC는 이번 피습으로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악재인 것만은 틀림없다면서 이번 사태로 중국과 러시아가 어떤식으로 개입할지 주목되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석유시설 피격을 빌미로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에 무기 판매를 제안하고 나선 것은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러시아의 입지를 넓히려는 목적이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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