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광주= 김도은 기자] 추석을 3일 앞둔 10일 오전 광주시 양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명절에 사용할 병어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1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추석을 3일 앞둔 10일 오전 광주시 양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명절에 사용할 병어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1

명절 분위기 흥겹지 않아
물가↑ 소비자 줄어 ‘걱정’
대목에도 평일과 차이 無

[천지일보 전국=특별취재팀] “명절 분위기가 예전처럼 흥겹지가 않아요. 지금은 먹거리가 다양해서 특정한 날이라고 음식을 많이 만들지 않아요.”

가을장마와 제13호 ‘링링’으로 인해 한산했던 전통시장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모처럼 활기를 찾는 듯했다. 이에 본지가 10일 전국 각 지역 주요 전통시장을 돌아봤으나 시장 상인이나 손님들은 예전처럼 명절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래시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손님은 최소한 간소한 상차림을 원했다. 특히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계 부담이 커진 것도 한몫 한 셈이다.

광주의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손꼽히는 양동시장에서 40여년 생선가게를 운영한 김향자(가명, 73, 여)씨는 “최근 연일 비가 와서 사람들이 거의 나오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해마다 매출이 줄어 걱정이다. 명절 기분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우리나라는 ‘제사문화’가 아직 유지되고 있어 제사용품 사러 오는 고객들이 있을 뿐 평일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천지일보 광주= 김도은 기자] 추석을 3일 앞둔 10일 오전 광주시 양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명절 준비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1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추석을 3일 앞둔 10일 오전 광주시 양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명절 준비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1

20여년 고기를 팔아온 이창숙(가명, 39, 여)씨도 “정말 큰일이다.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물가는 오르고 있고 소비자는 줄고 있다”며 “앞으로 애들 잘 키워야 하는데 걱정만 앞선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9일 전주 남부시장, 모래내 시장, 신중앙시장 등에서도 상인들이 대목 상품을 준비해놓고 고객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사려고 시장을 찾는 시민들은 예전보다 오른 물건값을 흥정하면서도 쉽게 지갑을 열지 못했다. 

영광굴비 좌판을 지키던 최미숙씨는 “제사용품은 비싸더라도 어쩔 수 없어서 그냥 사는 거지만, 손님들이 시장조사 나온 사람처럼 가격만 물어보고 지갑을 안 연다”며 “심지어는 10년 넘게 고객인 사람들이 연세가 많다 보니 딸이나 며느리가 굴비를 사 왔다며 보고만 지나 간다”고 푸념했다.

남부시장 입구로 향하는 다리 위에는 노상에서 좌대를 깔고 장사하는 노점상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몇몇 사람들과의 거래 외에는 추석 명절 대목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한산했다.

전주 모래내 시장에서 33년간 건어물집을 운영해온 이현정(가명, 56세, 여)씨는 “식자재마트가 너무 많이 생기면서 서로 경쟁 상대가 되어 타격이 심하다”며 “소양, 용진, 봉동에서 온 할머니 손님들이 다 우리 고객이었는데 로컬푸드가 생기면서 하나도 안 온다. 전통시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며 힘든 내색을 했다.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명절을 앞둔 지난 9일 대구를 대표하는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제수용 생선을 사기 위해 가격을 물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1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명절을 앞둔 지난 9일 대구를 대표하는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제수용 생선을 사기 위해 가격을 물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1

대구를 대표하는 서문시장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구에서도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싸게 물건을 구매하려고 이곳저곳 가격 비교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성당동에 산다는 장인숙(61, 여)씨는 “추석 차례상을 보려니 선뜻 손(구매)이 안 간다”며 “조상님께 좋은 물건을 준비해 드려야 되는데 지난해보다 경기가 어려워 장보기가 힘들어 걱정”이라고 긴 한숨을 쉬었다.

서문시장 2지구 지하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박태규(53, 남)씨 역시 “경기 침체로 인해 장사하기 너무 힘들고 인건비 대기도 바쁘다. 장사가 너무 안 돼 차라리 국수 장사하는 게 낫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60년대 모친이 서문시장에서 장사할 때 70여개의 생선가게가 있었는데 지금 지하에는 두 군데뿐이다”며 “이번 추석 명절을 지내고 나면 또 한집이 문을 닫을 계획”이라고 말해 재래시장의 앞날에 먹구름이 예상됐다.

서문시장의 김영오 상인연합회장(67, 남)도 “경기가 너무 안 좋아 상인들에게 힘내라는 말도 못하겠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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