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파출소 앞에서 열린 ‘전국 법학전문대학원생 총궐기 대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는 정부에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고 로스쿨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출처: 뉴시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파출소 앞에서 열린 ‘전국 법학전문대학원생 총궐기 대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는 정부에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고 로스쿨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출처: 뉴시스)

“엘리트주의 막자” 로스쿨 도입

서·연·고 대학 출신 로스쿨 장악

‘용’ 만드는 제도 아니라지만…

변시 합격률 제한 완화 등 고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승천(昇天)’하기보다 개천을 지키고 바꾸는 ‘메기’가 되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바다로 헤엄쳐 나가 ‘고래’가 되려는 사람도 있고, 구름 위로 날아오르는 ‘용’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별적으로 모두 의미 있는 추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로스쿨 자체는 애초부터 ‘용’을 만들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이 말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10월 로스쿨 도입 10년을 맞이해 법률신문에 기고한 글 일부다. 조 후보자의 주장처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은 “‘고시 낭인’ 현상을 막고, 법조계에 만연한 획일주의와 엘리트주의 등을 없애고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국제화·다원화 시대에 맞춰 다양화·특성화·전문화된 법조인 양성하자는 목표도 있었다.

하지만 로스쿨 도입 10년이 흐르는 동안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로스쿨 등록금이 너무 비싸고, 로스쿨 입시 등에서 현대판 ‘음서제’가 작동하는 것이 아니냔 지적이 쏟아졌다.

올해 전국 21개 로스쿨의 2019학년도 신입생 출신대학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의 48.6%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학생, 이른바 ‘SKY(스카이)’ 출신이었다. 서울대 로스쿨로 한정하면 신입생 152명 중 140명, 무려 92%가 스카이 출신이다.

나이도 문제였다. 14개 로스쿨이 공개한 신입생 나이를 보면 31세 이하가 84.3%, 32~40세가 13.0%였다. 서울 지역 로스쿨만 보면 31세 이하 신입생이 98.4%에 달했고 한양대와 서울시립대는 32세 이상 신입생이 전무했다. 중앙대와 건국대, 경희대, 인하대 로스쿨은 정보공개 자체를 거부했다.

권민식 사법시험준비생모임 대표는 “로스쿨을 유치하지 못한 대학 출신들은 로스쿨 입학 조차 힘든 상황이다. 다양한 사회경험을 가진 인재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한다던 로스쿨 도입 취지는 이미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로스쿨을 이수한 뒤 보게 되는 변호사시험(변시) 합격 제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변시엔 고시낭인을 막기 위해 다섯 번 이상 탈락하면 응시 자격을 주지 않는 규정이 있다. 이 규정에 걸려 더 이상 변시에 응시하지 못하는 이들을 ‘오탈(五脫)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시험 횟수를 제한한 것이 오히려 오탈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 법무부가 공개한 변시 합격률을 보면 스카이 로스쿨과 지방대 로스쿨 사이 변시 합격률도 57.4%나 차이나는 사실도 드러났다. 평균 합격률은 50.78%였다.

조 후보자는 해법으로 변시의 자격시험화와 오탈자 제도 폐지를 제안했다. 전국 25개 로스쿨이 모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도 변시 합격률을 응시자 대비 7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변호사들이 쏟아질 것을 우려한 기존 변호사들은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법고시(사법시험)의 부활을 꿈꾸는 이들도 불만이 많다. ‘사법시험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대표 이종배)’은 지난 8일 “로스쿨 설립에 핵심 역할을 하며 기회균등을 말살하고 공정사회를 파괴한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그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사법시험을 통과한 강신업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는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로스쿨 제도가 사법시험에 비해 공정성과 개방성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냔 아쉬움이 있다”며 “변호사 예비시험 등의 다른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