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친일·극우’까지… 브레이크 없는 목사들의 말말말

교인들 “목사, 정치적 중립 지키고 말씀으로 돌아와야” 지적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일본 경제 보복 조치로 최근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한 가운데 목사들의 정치 발언의 수위가 더 높아지면서 교회가 병들고 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된 이후 목사들의 입에선 연일 보란 듯이 ‘친일성 발언’이 쏟아졌다.

사실 목사들의 입에서 나오는 정치적 발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사와 교계 전문가 사이에서는 “목사들이 목회는 뒷전이고 친일에 앞장서고 있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다.

“정권 교체해 친일로 가야”

“문재인 내가 너 경고한다. 아베가 이렇게 (한일 관계를) 만들었다고 뒤집어씌우는데 (문재인은) 거짓말쟁이”

이는 문재인 대통령 하야 주장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말이다. 그는 지난 3일 부산에서 열린 ‘문재인하야 1천만명 서명 부산대회’ 집회에서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문 정부가 일본하고 국교단절을 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육지는 붙어있지 않고 바다로 돼 있어서 제일 먼저 함대전쟁을 하더라. 그런데 함대전쟁을 했더니 한국이 미안하지만 2시간 만에 박살났다”며 “일본하고 전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런 미친 짓을 하는 이유는 일본하고 전쟁까지 몰고 간 후에 북한 김정은하고 합칠려고 하는 것”이라며 “어디라고 일본하고 전쟁하자고 국민을 속여먹느냐. 안된다. 그러니까 저 놈을 끌어내려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주최로 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앞에서 열린 ‘문재인 탄핵 3.1절 범국민 대회’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주최로 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앞에서 열린 ‘문재인 탄핵 3.1절 범국민 대회’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 증거돼야 할 목사들의 입에선 말씀대신 정치 발언이 쏟아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이 아니더라도 필연적으로 멸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 “(일본의)은혜를 원수로 갚는 대한민국” “정권을 교체해서라도 친일로 가야” 등 발언은 목사가 아니라 마치 일본 극우 인사 발언을 연상케 한다.   

인천에 위치한 사랑침례교회 정동수 목사는 교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던 중 “일본이 멸망시키지 않았어도 멸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던 나라가 조선”이라며 “(일본) 가봐라. 얼마나 나라가 좋은가. 깨끗하고. 그런 거는 배워야 한다. 국가권력에 순종하는 거는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한 매체가 이를 보도하면서 교계에서 논란이 됐다. 

또 유튜브에 올라온 한 목사의 설교 영상에는 한국이 일본의 지배를 당하고 같이 2차 대전에 참전을 했기 때문에 “한국이 2차 대전의 전범국가”라며 “은혜로 원수로 갚는 대한민국을 하나님이 어떻게 처리하겠느냐”는 국민의 정서와 배치되는 다소 황당한 주장이 담겼다. 

극우 목사로 알려진 서경석 목사는 한 보수 집회에서 “문재인 정권이 끝내 반일을 고집한다면 정권을 교체해서라도 친일로 가야 한국의 안보가 지켜진다”고 발언해 대중의 공분을 샀다.

“반민족적인 친일행각, 회개해야”

일부 목사와 교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목사들의 노골적인 정치 개입 행태를 지적하며 반성과 회개를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사는 “목회자라고 신뢰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난 지 이미 오래”라며 “옛 구약 선지자들은 나라와 민족을 사랑했다. 반민족적인 노골적인 친일행각을 일삼고 있는 목사들은 회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언행은 전혀 성경의 가르침과 맞지 않고 도리어 반기독교적”이라고 했다. 

최종원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SNS을 통해 “역사 인식이라고 할 수 조차 없는 빈한하기 짝이 없는 인식을 가지고 부끄러움을 모르고 궤변을 한 것”이라며 “그것이 진정한 예수의 가르침이었던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애국기독인연합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 ⓒ천지일보DB
애국기독인연합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 ⓒ천지일보DB

이어 “독재 시대의 기억에 매몰되어 시대착오적으로 그 시절의 향수를 말씀을 빙자해 토해 냈음을 냉정하게 지적해야 한다”며 “그들을 떠나보내야 한다”고 했다.

일부 교인들은 목사들이 이 같은 거칠고 강한 정치적 주장을 멈추고 말씀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일침했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에 출석한다는 김지희(24, 여)씨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목사는 정치적으로 중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설교 때 만큼만이라도 정치 얘길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개신교인 윤모(25, 남)씨는 “우리교회 목사님 중 극우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분이 계신데 설교 시간이 집회 같을 때가 많다”며 “정치 발언에도 ‘아멘’을 외치는 주변 교인들을 볼 때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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