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표기 기념문. (제공: 민주당 부산 남구갑지역위원회) ⓒ천지일보 2019.8.24
십자군 표기 기념문. (제공: 민주당 부산 남구갑지역위원회) ⓒ천지일보 2019.8.24

UN군참전기념탑, 전범기 이어 ‘십자군’ 표기 논란

“즉시 시정조치와 시민 공론화 필요”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 남구 대연동 UN로터리에 위치한 UN군참전기념탑의 조형물이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의 모양으로 조성돼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기념문에 세계평화와 화합의 정신에 어긋나는 ‘십자군’ 표기로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정복 부산 남구갑지역위원장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UN군참전기녑탑 조성 기념문에 한글과 영문 표기 모두 UN군을 ‘십자군(Crusaders of Justice)’이라 표현한 것은 세계평화 정신에 어긋난 잘못된 표현”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 위원장은 “미국 해병대 항공단 뷰포튼 전투비행대도 50년 동안이나 십자군이라는 부대 명칭을 사용하다 중동국가들에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부대 명칭을 철회하고 본래 명칭인 ‘늑대부대’로 개칭”한 사건을 예를 들며 “세계 유일의 UN기념공원이 있고 세계평화의 상징적인 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부산 남구에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 표현으로 즉시 시정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 남구 UN기념공원 일대에는 지난 2010년 UN평화문화특구로 지정된 이후 연간 100만명 이상의 참배객과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논란이 되는 이 기념탑이 교통섬으로 돼 있어 출입에 제한을 받고 있기 망정이지 한국전에 참전한 일부 참전국 후손들이 ‘십자군’이란 표현을 봤다면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또한 한국전에 참전한 참전국 중 터키와 태국은 각각 이슬람과 불교가 국교로 ‘정의의 십자군’이란 명칭에 더욱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UN군은 유엔 평화유지군(UN) 또는 국제연합평화유지군 (國際聯合平和維持軍, United Nations Peacekeeping Forces)으로 불리며 이것을 공식 명칭으로 삼으면 된다”며 “세계평화 거점도시로 주목받는 부산 남구가 UN군참전기념탑의 전범기 조형물 논란에 이어 평화와 화합에 거스르는 ‘십자군’ 표기는 조속히 삭제하고 이번 기회에 기념탑 존치 여부에 대한 시민 공론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십자군 전쟁은 11세기 말에서 13세기 사이에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성지 팔레스티나와 성도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8회에 걸쳐 감행한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전쟁으로 유태인 대량학살, 십자군 지원병 인신매매, 약탈 등 역사적으로도 부정적 평가가 많다. 이 전쟁에 참여한 군사를 ‘십자군’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슬람교도뿐 아니라 현대 이스라엘이나 유태인들에게도 ‘십자군’이라는 명칭은 달가운 표현이 아니라는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특히 미국의 대통령 조지워커부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당시 ‘악의 세계를 제거하기 위해 미국이 벌인 21세기 첫 전쟁은 십자군 전쟁’이라 발표했다가 부시 측근 유태인 정치인들도 그런 명칭을 삼가 해달라고 충고하는 등 미국 내 유태인들도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지난 12일 정정복 남구갑지역위원장이 문제를 제기하며 공개한 남구 UN참전기념탑에 ‘욱일기’ 조형물 형상. (제공: 민주당 부산 남구갑지역위원회) ⓒ천지일보 2019.8.24
지난 12일 정정복 남구갑지역위원장이 문제를 제기하며 공개한 남구 UN참전기념탑에 ‘욱일기’ 조형물 형상. (제공: 민주당 부산 남구갑지역위원회) ⓒ천지일보 2019.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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