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엉망인줄은 몰랐다. 명색이 대학에서 그것도 대학교수들이 연구하고 작성하는 학술논문이 일부 ‘금수저 자녀들’의 대학입학을 위한 ‘스펙’ 정도로 치부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물론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대학교수들이 앞장서고 대학은 연구실적 검증에 손을 놓는 바람에 대학의 연구풍토는 권위는커녕 오히려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되고 있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딸이 외고 2학년 신분으로 유명 의대의 병리학 학술지에 제1저자로 연구논문을 실었다는 얘기는 한편의 코미디 같은 내용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모든 언론들이 크게 보도할 만한 어느 천재 여고생의 업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 내막을 보면 부끄럽고 참담한 한국 대학의 현실, 한국 지성사회의 치부가 그대로 담겨 있다.

딸은 대학진학에 유리한 스펙용 업적을 쌓으려 모 의대 교수를 만났고, 그 교수는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주저 없이 인턴 2주 만에 연구논문 ‘제1저자’에 이름을 올려줬다. 고등학생 신분까지 감쪽같이 숨겨줬다. 이쯤 되면 교수의 양심이나 도덕성 또는 연구윤리 따위는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상식도 없었다. 물론 그 교수가 일차적인 책임이지만 검증 책임이 있는 대학도 손을 놓고 있었다. 그 딸이 의과대 연구소 직원이 맞는지, 심지어 대학 내부 시스템에 왜 ‘박사’로 등록돼 있는지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대한의사협회가 나서 해당 교수를 ‘징계위’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대학도 뒤늦게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 딸은 외고 3학년 때도 다른 대학에서 인턴을 해서 또 연구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는 해당 교수가 국제학술대회까지 동행시켰다고 한다.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이게 대학교수 신분으로 할 짓인가.

너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외고 2학년 학생이 인턴 2주 만에 병리학 논문의 제1주저가 될 수 있었던 내막, 그래서 유명 대학에 수시모집으로 합격할 수 있었던 진실을 밝혀야 한다. 단지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 차원만이 아니다. 한국의 대학들이, 교수들이 그리고 연구논문이 더 이상의 불신 대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가 대학의 연구윤리 확립에 하나의 전환점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을 규명하고 일벌백계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이 급선무다. 조 후보자 딸의 제1주저 논문도 문제가 있다면 대학입학도 당연히 문제가 될 것이다. 가혹하리만큼 썩은 사과를 도려내지 않는다면 이 땅의 청년을 비롯한 국민의 분노가 그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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