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지난 13일 속초 서희건설 스타힐스 아파트 공사 중에 노동자 3명이 추락해서 사망했다. 3명은 중상을 입었다. 해체 작업 중이던 공사용 승강기, 호이스트가 추락해서 발생한 참사다. 호이스트 추락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사상자들은 모두 재하청노동자들이다.

세 명이 사망한 사고임에도 사회적 관심은 놀랄 정도로 적다. 우리 사회에서는 건설현장 추락사는 흔하디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또 추락사야? 돈밖에 모르는 세상이군! 쯧쯧” “없는 사람들만 불쌍하지...” 흔히 들을 수 있는 반응이다. 선진국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듣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노동자의 추락사가 일상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9일 서희건설 현장 참사가 난 직후 국토교통부는 국무조정실, 고용노동부, 지자체, 안전보건공단 등이 합동으로 ‘고강도 점검’을 한다고 발표했다. 2500곳에 이른다. 대규모 건설 현장이 300여곳이고 중·소규모 건설 현장이 2200여곳이다.

국토부는 ‘사고예방을 위한 현장 점검’이라고 강조했다. 전형적인 사후약방문이고 면피용 대책이다. 사람이 연달아 죽어 나가도 정부와 주무부처는 면피용 대책이나 내놓고 감독관청으로서 자신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심판자로 감독자로 등장해서 건설업체를 호령한다. 법과 제도를 안전하게 바꿔야 할 국회의원들은 내 일이 아니라고 뒷짐 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대책이 ‘진짜 대책’이 되려면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국토부의 말대로 ‘고강도’ 점검을 하면 무엇이 나아질까. 국토부는 서희건설 사고 때문에 ‘합동점검’을 하는 건 아니라고 친절히 말한다. 지금까지 국토부가 해온 행태를 보면 사고가 날 때마다 무슨 점검이다 무슨 조치다 전수조사다 해서 사람들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방안을 쏟아낸다. 한참 지난 뒤 결과를 발표한다. 그때쯤 되면 국민들은 다 잊어버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결과는 별 것 없기 일쑤고 그것마저도 입법으로 연결되거나 제도의 변화로 고쳐지는 건 매우 적다.

대책은 근본적이어야 한다. 땜질식 대책으로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신만 키워 문제 해결을 방해한다. 왜 정부기관은 ‘실효성 없는 방안 내어 놓기’를 반복하는 걸까. 사람들은 복지부동 때문이라고 한다. 복지부동 맞다. 하지만 복지부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종로 고시원 참사가 났을 때 서울시 고위 공무원은 지금의 서울시는 ‘재수가 없다’고 했다. “왜 하필 이 때 사회적 파장이 큰 고시원 화재 사고가 났나?” 하는 물음이었다. 공무원 한 사람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걸까.

건설현장의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전체 산재 사망자 가운데 건설업체가 절반을 차지한다. 어떤 사람은 “건설 현장은 원래 위험하다”고 한다. 이 말은 당연한 말 같지만 문제가 많은 말이다. 위험한 만큼 안전 대책을 확실히 내어 건설 현장의 어떤 노동자도 생명의 위험 속에 일하지 않도록 안전한 환경을 확보하는 게 국가와 사회가 할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 산재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호언했다.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실행되는 건 아니다. 대통령부터 일선 공무원까지 원하청 기업의 사장부터 일선의 관리자까지 사람이 먼저이고 사람의 생명이 모든 것의 맨 앞에 있다는 확고한 사상과 철학이 정립되지 않으면 산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철학과 사상은 법과 제도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시민사회단체와 안전단체들은 기업살인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고 징벌적손해배상제를 도입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했다. 동시에 하청구조를 타파하라고 요구한다.

사람이 연이어 죽어나가도 원청은 책임 안지고 하청기업만 닦달하는 사회다. 정규직은 안전하고 비정규직은 파리 목숨인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모든 분야가 불평등하지만 안전불평등이 더욱 도드라진다.

평화경제 꼭 해야 되고 아베 정권 꼭 응징해야 하지만 이 일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서희건설 아파트 현장에서 죽어간 노동자들은 또 다른 김용균이다.

이 대목에서 묻는다. 지난 12월 “제2의 김용균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정부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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