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시한이 다가오면서 파기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소미아의 유효기간은 1년이며, 매년 자동연장 돼 왔다. 그러나 자동연장 시한 3개월 전인 8월 24일까지 폐기의사를 밝히면 협정은 파기된다. 한국과 일본이 맺은 유일한 군사협정인 지소미아는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병력 이동과 사회 동향, 북핵 미사일 관련 정보 등을 일본과 공유하기 위해 체결했다. 당시 미국이 중재했다.

한국은 정찰기를 이용한 첩보 및 한국에 온 탈북자 등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를 주로 제공한다. 일본은 주로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북핵 관련 정보를 위성 5기, 지상 레이더 4기, 이지스함 6척, 조기 경보기 17대 등을 통해 분석해 제공한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이후 ‘지소미아 파기’가 우리 정부의 대응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하는 이들은 대북군사정보를 한국을 통해 수집해오던 일본이 정보가 차단돼 일본 안보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소미아 파기 시 한국과 일본 중 누가 더 피해를 볼 것인지는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분석 없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항의해 감정적으로 지소미아를 파기할 경우 우리만 고급 정보를 잃게 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또 지소미아는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 체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단순 협정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협정을 여론에 편승해 대안 없이 파기할 경우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은 더 멀어질 공산이 크다. 한미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20일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참석을 위해 베이징으로 출국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소미아 파기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국민의 반일정서에 편승해 파기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결정은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과 국익에 기초해야 한다. 정치적 이유로 경제와 안보를 같은 선상에 놓고 저울질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보가 정치의 희생양이나 흥정거리가 돼선 안 된다. 경제는 실패해도 기회가 있지만 안보란 때를 놓치면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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