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주변 강대국의 치열한 각축장이 됐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대한민국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으며, 북한은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로 경제보복에 나서고 있고, 미중 간 패권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은 샌드위치가 된 형국이다. 이렇게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패권대결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천지일보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외교·안보·국방 전문가를 연이어 만나서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봤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지난 19일 국회 본청에서 일본 전문가 양기호 교수(성공회대 일본학전공)를 만나 한일 갈등의 원인과 이를 해소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천지일보 2019.8.2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지난 19일 국회 본청에서 일본 전문가 양기호 교수(성공회대 일본학전공)를 만나 한일 갈등의 원인과 이를 해소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천지일보 2019.8.20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전공 교수

 

“한일 정부, 서로 자제할 필요”

“韓, 日기업 현금화 방지해줘야”

 

日정부, 청구권협정 지속 주장

“개인청구권 유효함을 알려야”

 

韓,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엔

“유지하면 대화 접점 만들어”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한일 갈등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강화 조치 및 백색국가 제외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 이에 맞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하고 오는 24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한일 갈등의 배경에는 일본의 침략전쟁에 따른 과거사 문제가 있다.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은 아베 정부가 과거사 표명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사설을 냈다. 신문은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나오토 총리 담화’를 존중하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호소하기도 하면서 한일 간 대화가 진행돼야 한다는 한일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본지는 지난 19일 일본 전문가인 양기호 교수(성공회대 일본학전공)를 만나 한일 갈등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의견을 모색해 봤다.

- 한일 갈등 해결 위한 대화 성사될까?

현재는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피해자 구제를 완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등의 해법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협상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특사를 보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 피해자들과 일본 전범기업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개인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 3권 분립 하에서 행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해자 구제는 피고인 일본 기업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과거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포함해서 최종적으로 완전하게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현 시점에서 한일 양자 간의 입장 차이는 너무 크다.

21일 한중일 및 한일 외교장관 회담과 향후 한일 차관급 회담 등이 있어서 외교적 창구는 열려 있지만, 해법을 찾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서로 탐색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

- 갈등의 실타래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나?

상당히 꼬여 있어서 쉽지 않다. 한일 정부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안 풀린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등은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종료됐다고 주장한다. 다만 개인 청구권은 행정부의 권한 밖의 일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2015년 12월 한일 간 합의가 있었지만, 강제징용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법부가 최종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이를 존중해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한일 양 정부가 나설 사안이 아니라, 개인과 일본 기업 간의 일이다. 일본 정부가 막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 전범기업들은 한국의 피해자들과 화해하고 보상을 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예를 들어 미시마츠 등은 실제로 피해자들에게 보상했다.

- 日,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왜 인정하지 않나?

일본 입장에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부속적으로 맺어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에 일본 입장에서는 정부 간 약속을 했는데 사법부가 이를 파기했다며 국제법을 깨뜨렸다고 주장한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일본의 식민통치에 대해 불법이라고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합법이라고 주장하며 배상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비엔나 협약 53조에서 국가 간의 조약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 2005년 일본도 개인 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것을 인정을 했다. 한일 국가 간 포괄적으로 보상을 받았다고 해도 개인 청구권이 말소됐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작년에도 고노다로 외무상이 개인 청구권을 살아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개인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 샌프란시스코 조약 등 어떤 것도 위반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이 부당한 것이 아니다.

- 일본의 경제보복 돌이키지 못할까?

한국이 먼저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실질적으로는 경제보복이지만 명분상으로는 한국의 전략물자 통제가 허술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한국 측에 양자 간 협의를 3년간 요청했음에도 한국이 응하지 않았고 수출규제를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실무협의로 풀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왜 3년 동안 일본 측에 응하지 않았는지를 소명하면 된다.

일본이 해야 할 일은 한국이 일본보다 전략물자 통제를 훨씬 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은 전략물자 통제원이 있다. 일본은 이러한 기구가 없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제조 소재 3개 품목에 대해서 수출규제를 실시하면서 한국은 이에 대해서 제3자를 포함해서 검증을 하자고 했는데 일본은 반응이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일본이 응해야 한다.

- ‘지소미아’ 파기 및 日추가보복 가능성은?

한일 간에는 숨 고르기를 하고 있어서 추가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본다.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는 한미일 동맹의 문제다. 미국이 이에 대해서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지소미아는 당정청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8.15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에서 유화적 메시지도 있었다. 하지만 24일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를 파기하면 일본은 추가 보복에 나설 확률이 높다. 아울러 내년 1월에 한국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제철의 자회사 주식을 처분하면 일본은 100% 추가 보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한일 갈등에 미국 개입 가능성은?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위안부 문제 등과 다르다.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한일 청구권협정이 맞물려 있다고 본다. 미국이 한국 사법부의 판결을 지지하게 되면 식민통치를 불법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이 다 포함된다. 일본은 이를 악용해 미국에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면 샌프란시스코 틀을 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한미일 동맹 간 대북, 대중 전략을 일본이 파기하고 있다고 미국 여론이 확산하면서 일본의 추가 보복에는 미국이 개입할 것이다. 미국은 한일 양측이 타협안을 가지고 오면 그때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한일 갈등의 해소는 가능한가?

한일 간의 자제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한일 양 정부의 대화가 필요하다. 한국 대법원의 배상판결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일본기업에 대한 현금화를 방지하겠다고 약속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민사소송에 개입하기 어렵다. 일본도 한국 피해자 개인과 일본 전범기업 간 소송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동맹 문제이니 유지하면 미국도 환영하고 일본과는 대화 접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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