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도 전 지역에서 구제역 백신 예방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전북 정읍시 이평군 청량리 한 농가에서 한우가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사진: 강수경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사산·폐사 부작용 속출… 의심신고 잇따라
농가, 정부 접종 후 사후 대책 없어 ‘답답’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백신 접종이 실시됐지만 집단 폐사·사산 등 부작용이 계속되고 있어 농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가 발표한 구제역 발생 현황에 따르면 구제역 백신 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경기 북부 지역은 접종 이후에 살처분 농가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기 파주가 처음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지난해 12월 15일 살처분 대상은 2380마리. 하지만 접종이 끝난 지난 6일에는 12만 464마리로 4배 가까이 치솟았다. 연천 지역도 4만 5305마리(지난해 12월 26일)에서 8만 4818마리(1월 6일)로 2배 가까이 급증했고, 고양은 3475마리에서 1만 7914마리로 늘었다.

지난 4일 한우가 집단 폐사한 경북 예천에서 예방접종 소 10마리가 폐사했고, 송아지는 총 29마리가 유산 또는 사산돼 백신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농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잇따른 폐사 원인에 대해서는 계절적으로 소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철일 수도 있고, 접종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백신 접종 대상 소가 10만 마리 이상이며 보통 때도 자연 폐사되는 비율이 있는 만큼 폐사 원인은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면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원인조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 전 지역에 구제역 백신 1차 접종이 완료된 11일,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실시한 결과 농장주들은 백신 접종에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었다. 접종 이후 미칠 여파에 대해 정부가 어떠한 대비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후에도 발생하는 부작용의 원인을 규명하는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농가는 백신 접종 축산물 기피에 따른 소비 감소, 우량 품종 브랜드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문제 등 복합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떠한 대비책도 없다고 비난했다.

한우·젖소 농장주 조근우(34,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씨는 “접종 후에 유·사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백신을 맞은 소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져 소비가 위축될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예방접종을 하루 앞둔 한우 농장주인 김병용(59, 강원도 횡성읍 옥동리) 씨는 “백신을 맞더라도 85%만 방어를 할 수 있고 효과도 6개월에서 1년 미만이라고 하니 구제역이 계속되면 백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지 불안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불안에도 농민들은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다가 백신을 맞지 않은 농가가 구제역에 걸리게 되면 책임을 묻겠다고 시에서 설득하고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접종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김길현(50, 인천 강화군 선원면) 씨는 “시·군은 접종이 강제 사항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구제역이 걸리면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접종을 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지난 4월 강화도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당시 250여 마리 소를 살처분 했다. 그런데 지난달 50마리를 입식시키면서 재기를 꿈꿨지만 구제역 대란을 맞았다.

김 씨는 백신 접종을 하긴 했지만 접종을 마친 소 1마리에서 심한 침흘림 증상이 나타나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농가 입장에서는 백신을 맞은 소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출하시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맞추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1일 현재 수도권 전역에서는 한우 1차 백신 접종이 100% 완료됐다. 하지만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청정 지역 평택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전국 최대 축산단지인 충남 홍성에서 의심신고가 잇따르는 등 구제역 재앙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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