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850일 넘었다.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싣고 중국으로 향해 가다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한국인 8명을 포함해 24명이 타고 있었다. 2명은 구조되었지만 22명은 실종된 상태다. 가족들은 오늘도 켜켜이 쌓인 한과 억울함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고통을 느낄 힘도 안남아 있다고 말하는 게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바라는 건 오직 하나다. 진실 규명과 실종자 구조, 유해 수습이다.

긴긴 시간 동안 실종자 가족들은 진실규명의 길에 직접 나섰다. 거리 서명 작업을 직접 수행했고 기자회견도 수없이 진행했다. 실종자 가족 또는 유가족이 진실규명에 앞장서는 건 대단히 어렵고 고통스런 일이다. 국가가 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손 놓고 있으니까 실종자 가족이 나설 수밖에 없다. 국민이 실종된 경우 그것도 국가가 국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탓에 실종된 경우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가가 나서서 실종자를 찾아내고 진실을 규명해야 마땅한 일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을 ‘제2의 세월호’라고 했다. 선박의 문제가 심각했음에도 운행을 방관했고 침몰 이후 정부와 선사 차원의 수습과 구조 노력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실종자 가족을 만났다. 네 번이나 만났다. 진상규명을 거듭 약속했다. 문대통령은 집권 이후 자신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정부기관의 태도이다. 황교안 대행 체제의 정부는 대책반을 가동했지만 흉내를 내는 수준에 머물렀다.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즉시 진상규명에 착수했어야 했음에도 지난 해 8월에야 심해수색이 결정되었고 실제 수색은 지난 2월에야 이루어졌다. 많은 기대를 안고 수색선이 출항했지만 9일 만에 수색은 종료되었다. 사람의 유골이 발견되었지만 업체는 유골 수습은 계약에 없는 내용이라면서 수색을 종료하고 철수해 버렸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업체도 문제지만 업체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게 만든 한국 외교부의 행동이 문제다. 계약을 할 때는 진상규명에 빈틈이 없도록 했어야 하는데 구멍이 숭숭 뚫린 그물을 만든 거나 마찬가지다다.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인데 대충 넘어가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실종된 날짜는 2017년 3월 31일이다. 박근혜 전임 대통령이 구속된 날이다. 4월 10엔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다. 대형 뉴스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구조는 묻혀버렸다. 5월 9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는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면 온전한 국가라 할 수 없다. 블랙박스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블랙박스 데이터칩을 복구하고 보니 7%만 기록이 남아있었다. jtbc는 지난 29일 블랙박스가 93% 훼손된 것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체에게 사업을 맡긴 게 원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철저히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

jtbc는 국제 표준으로 인정되는 미국 교통안전국의 권고 매뉴얼을 업체가 무시했다고 밝혔다. 이 기관은 “VDR(블랙박스)은 공기 건조가 되어서는 안된다. 첫번째 깨끗한 물로 씻어야 하고, 수면 위로 건져 올려진 즉시, 가능한 빨리 초순수에 담궈야 하며, 초순수는 일정한 간격으로 교체되고 보충돼야 한다. 그 후 VDR은 실험실로 보내져 적절한 분리작업과 건조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성 있는 업체라면 이 점을 놓칠 리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블랙박스 본체가 심해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드시 수거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시민대책위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8일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광화문에서 시작하고 외교부 앞을 거쳐 청와대로 향했다. 외교부 앞 기자회견에서 진상조사와 블랙박스 회수 과정에서 보인 외교부의 미온적인 자세와 무능에 대해 비판하고 블랙박스가 훼손된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또한 조속히 침몰의 진상을 규명하고 유해를 수습하고 실종자를 구조할 것을 요구했다.

오체투지 행진은 청와대와 정부, 국회를 향해 진상규명과 실종자 구조의 책임을 수행해 달라는 처절한 외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드시 응답이 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의 마음으로 책임을 다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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