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포토레지스트 1건 수출 허가

두달이나 앞서 허가 이뤄져

계산된 ‘명분쌓기’ 가능성 커

韓 백색국가서 日배제 첫 논의

미묘한 정국 변화로 셈법 복잡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강화한 핵심소재 3개 중 1개인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감광제)에 대한 한국 수출을 허가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한다는 내용의 시행령을 공포한 뒤 나온 결정이어서 우리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3개 품목 중 하나인 EUV 포토레지스트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또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포함한 특정 국가 과잉 의존 해소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협력적 분업체제 구축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이행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성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국 수출 허가와 관련해 “엄정한 심사를 거쳐 안보 우려가 없는 거래임을 확인해 이미 수출 허가를 내줬다”고 밝혔다. 이어 세코 장관은 “개별 사례는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지만, 한국 정부로부터 이 조치(수출 규제)가 마치 ‘금수 조치’라는 부당한 비판을 받고 있어 예외적으로 공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4일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핵심소재에 대해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건별로 매번 허가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한 이후 한달여 만에 처음으로 내려진 수출 허가 결정이다.

당초 일본 정부의 수출 심사는 최대 90일까지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첫 수출 허가가 10월께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예상보다 두 달이나 앞서 허가가 이뤄진 셈이다. 일본 정부가 이번에 수출을 허가한 ‘포토레지스트’는 삼성전자가 신청한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이번 EUV용 포토레지스트의 수출 허용이 한국에 물량을 수출하지 않을 경우 자국 기업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전격적인 결단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 금지를 풀어줌으로 인해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정치적 현안이 아닌 전략물자 수출관리 미비 때문이라는 계산된 명분을 쌓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7일 이뤄진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 (출처: 연합뉴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 (출처: 연합뉴스)

다만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다른 소재까지 허가 대상이 확산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반도체 업계가 조만간 충분한 반도체 소재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회의를 통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전략물자수출입 고시 개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안건은 일본 정부가 2일 각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가결하자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내놓은 것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도 일본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해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내로 정부가 최종안을 발표할 거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오늘 논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일정은 추후 확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화한 핵심소재 3개 중 1개인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허가를 내주는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되면서 정부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신중히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