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천지일보DB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천지일보DB

2010년 9월 국내서 첫 결함… TF팀 운영

검찰 “제작 결함 사실 알고도 시정 안해”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2012년 세타2 엔진의 핵심 결함을 인지해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정작 국내 소비자 대상 리콜(시정조치)은 5년이 지난 후에야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는 국토교통부가 세타2 GDI 엔진의 제작결함 조사를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2017년 4월 국내 리콜을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앞서 2015년 9월과 2017년 3월 등 두 차례 걸쳐 리콜을 진행한 바 있다. 때문에 국내 리콜 발표 시점이 미국에서의 두 차례 리콜을 진행한 이후여서 내수 ‘역차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현대·기아차 법인 등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국내에서 세타2 엔진 결함 문제가 최초로 발생한 것은 2010년 9월이다. 2010년 9월 20일경 기아차 K5에서 콘로드 베어링 소착이 최초로 발생됐고, 2010년 10월 25일경 현대차 쏘나타에서 세타2 GDI 엔진 결함으로 엔진 파손이 최초로 발생했다.

현대차는 지난 2009년 11월 국내 최초의 순수 독자기술이라며 GDI(Gasoline Direct Injection·직접 분사) 방식의 세타2 엔진을 공개했다. 이 엔진은 쏘나타(YF), 그랜저(HG), K5 등 현대·기아차 주력 차량에 사용됐다.

하지만 세타2 엔진을 공개한 지 1년이 안 돼 미국에서부터 결함이 지속 보고됐다. 미국에서는 2010년 5월부터 세타2 엔진 결함이 발생했다. 현대차는 엔진 결함이 지속적으로 보고되자 2012년 초 ‘파워트레인 내구품질강화 TF팀’을 구성했다. 이후 국내에서도 결함사고가 이어졌다. 2012년 11월엔 강원도 원주 중앙고속도로에서 주행 중인 그랜저의 엔진이 파손됐고, 2013년 12월엔 수원 영동고속도로에서 K5 엔진 파손 등이 발생했다.

엔진에는 ‘크랭크 샤프트’와 ‘커넥팅 로드(콘로드)’라는 부품이 있다. 이들이 엔진 내에서 연소로 인해 발행하는 열에너지를 통해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전환해 최종적으로 자동차의 휠을 회전시켜 자동차를 움직이게 한다.

이런 엔진 무빙시스템 중 크랭크 샤프트와 콘로드의 원활한 회전을 위해 콘로드에 베어링을 장착한다. 그런데 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이물질 등의 원인으로 인해 엔진의 콘로드 베어링이 손상·마모돼 크랭크 샤프트에 눌러 붙는 소착이 발생하면 콘로드가 제대로 회전할 수 없게 되거나 파손된다.

파손 때는 도로 주행 중인 자동차 엔진의 시동이 갑자기 꺼지거나 파손된 콘로드 파편이 엔진 블록과 충돌해 엔진오일이 흘러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는 운전자의 안전과 생명에 위협을 끼칠 수 있는 문제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제작사가 결함을 알게 될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 및 시정하고 이를 어기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TF팀은 세타2 엔진의 ‘콘로드 및 베어링 파손·소착’을 1순위 개선 대상으로 선정한 뒤 각종 설계·공정 변경 조치를 수차례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TF팀에는 품질 총괄 부회장 등 현대·기아차 핵심 고위 인사들이 회의에 직접 참여하거나 이메일 등을 통해 TF팀의 활동 내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문제 해결을 위해 2013년 8월 이후 공정을 보완했으나 그 이전 제작된 차량에 대해선 바로 리콜 등 시정 조치에 나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015년 9월 47만대, 2017년 3월 119만대를 리콜했다. 이 과정에서 그간 엔진 결함에 대한 원인과 문제가 명확해진 것. 그런데도 현대차는 미국 공장의 공정과 국내 공정이 다르다며 국내 엔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국토부가 제작결함 조사를 발표하기 직전인 2017년 4월에야 리콜을 결정했다.

검찰은 “현대·기아차가 울산·화성 엔진공장에서 생산돼 국내 판매된 쏘나타(YF), 그랜저(HG), K5(TF), K7(VG) 등 17만 1352대에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제작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체 없이 그 결함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결함을 시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현재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자동차 제조사의 ‘늑장 리콜’을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해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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