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그제 목동 빗물 펌프장에서 작업 중이던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숨졌고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상태라는 뉴스가 나왔다. 필자는 두 명이 제발 살아 있길 바랐다. 많은 국민들도 마음 졸이며 지켜보았을 것이다.

가족들과 친지들, 친구와 지인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뉴스는 기대를 저버렸다. 실종자로 불렸던 두 사람은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무엇이 잘못돼 계속계속 사람이 죽어나가는가.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은 바람 앞에 등불 신세다. 사람 목숨 파리 목숨이다. “죽는 사람만 억울하다”고들 한다. 이 말은 죽음이 뭔가 교훈을 주지도 못하고 말 그대로 ×죽음이라는 뜻일 게다. “없는 사람만 죽는다”고들 한다. 없는 사람일수록 일하다가 죽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비정규직의 안전은 위태위태하다. ‘안전불평등’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목동 빗물 배수 펌프장 사고는 끔찍한 참사다. 참사는 대개는 인재다. 국가와 사회, 기업이 잘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월호 참사가 그렇고 제천참사, 밀양참사가 그렇다. 종로고시원 화재 참사와 종로 여관참사가 그렇고 잠원동 건물 붕괴 참사가 그렇다. 우리 사회에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가치 철학이 정립돼 있었다면, 시스템이 바로 세워졌다면, 안전 법률이 잘 만들어졌다면, 안전 예산이 적절하게 편성됐다면, 정부와 지자체가 제 역할을 했다면, 기업이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는 안전중심경영 풍토가 자리 잡았다면 발생할 수 없었던 참사다. 진상이 드러나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봐도 끔찍한 인재다. 당연히 막았어야 하고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참사 책임자를 ‘작업 지시자’로 한정하는 건 잘못이다. 작업 지시한 사람에게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참사의 근본 원인은 구조적인 데 있다. 주요한 책임은 서울시와 양천구청, 현대건설에 있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와 국회에게 책임이 있다.

목동 빗물 펌프장은 일정 수위가 되면 자동으로 수문이 개방되게 돼 있었다. 안전대책 없이 빗물 펌프장 안 저류 배수시설 공사현장으로 사람을 들여보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번 사고를 들여다보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었다.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게 해 놓고 사람을 들여보냈어야 했다. 더욱이 이번 참사는 정상 운영 중에 난 것이 아니다. 시설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시험 가동을 하는 가운데 발생한 참사다. 시설을 정상 가동할 때는 수위가 70%에 이를 때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게 돼 있었다. 시험 가동을 하면서 운용의 편의를 생각해서 50~60%로 낮추어 놓았다. 비가 많이 오지 않더라도 자동 개방하도록 하향 조정돼 있었던 것이다.

하향 조정에 맞춘 안전 매뉴얼과 대책이 필요했다. 새벽에 많은 비가 예보되었음에도 시설 점검을 하겠다고 사람을 들여보냈다가 인명 참사가 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양천구청은 현대건설에 현대건설은 양천구청에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고 서울시는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다. 박원순 시장이 휴가를 중단하고 현장에 와서 사과하긴 했지만 사후 약방문이고 서울시와 자신이 잘못한 행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성하는 것이 아니었다. 의례적인 수준의 사과의 말을 넘지 못했다. 문제를 고치려면 의례적인 수사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원인 분석과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발주처인 서울시에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장이나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이나 인식이 안일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서울시는 시험 가동을 할 때 노동자 안전을 확보할 대책을 왜 마련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왜 지상과 펌프장 사이의 소통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는지, 왜 비상시 안전 대책이 확보되지 않게 설계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로 현장 책임자만 처벌하고 끝내는 행태는 사고가 날 때마다 반복되는 패턴이다. 원청인 현대건설의 책임을 묻지 않으면 행정 주무관청인 서울시와 양천구청의 책임을 묻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된다. 검찰과 경찰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원청과 국가기관의 책임을 묻는 입법을 해야 한다. 살인기업법이라 불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고 사고를 낸 기업이나 정부 책임자에 대해서는 징벌적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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