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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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들 중에서는 동성애를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 일반인들은 그 상황을 잘 알지 못해 선뜻 공감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가 담긴 생생한 수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누구도 나를 지옥 간다고 정죄하지 않았고, 교회의 그 누구도 내가 동성애자인 것을 몰랐어요. 그런데 그냥 제가 떠났어요. 어차피 천국을 못 간다고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허랑방탕한 시간을 보냈어요. 교회를 다닐 때는, 그때도 죄를 지었지만 동성애자로 살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했어요. 그런데 이제 그때부터는 동성애자도 만나고 그랬어요. 교회를 떠나니 내가 더 이상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술도 진탕 마셔보고, 게이 클럽이라는 곳도 처음으로 가보고, 찜방이라는 곳도 가보고, 군인 휴가 때 게이 친구들이 저 즐겁게 해준다고 클럽도 데려가서 보여주고 찜방도 보여줬어요. 충격적이면서 쾌락적이었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 제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이러다가 결국 나는 지옥으로 가는구나’ 였어요. 무엇을 해도 완전하게 즐겁지 않았고 무엇을 해도 슬픔이 가득했어요. ‘나는 지옥을 가기 위해 태어났구나’ 저의 동성애자 친구들과, 우리는 너무 친해서 가족처럼 지냈어요. 그래서 제가 항상 ‘인생 참 허무하다. 우리도 평범한 남자로서 여자를 사랑하고 결혼도 하면 행복하지 않았을까?’라고 신세 한탄을 하면 친구들은 ‘동성애자로 태어난 걸 어떻게 하냐? 그냥 즐겨’ 그들은 저의 투정을 귀찮아했어요.

다들 그 생활을 접고 싶었지만 우리는 원래 그런 존재라고 믿었거든요. 군대를 전역하고 아빠에게 작별을 고하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일하는 회사가 기독교 회사였어요. 저는 교회를 떠나기는 했지만 교회가 싫지는 않았어요.

내가 천국을 못 갈 뿐이지 교회가 잘못하는 건 없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회사는 지각을 하거나 결석을 하면 예배를 드리는 게 벌이었어요. 제가 하루는 지각을 해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저는 거부감이 없었어요. 목사님의 지루한 설교는 시작되었고 저는 그냥 익숙한 그 이야기들을 듣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듣는 중에 ‘그렇게 사랑하신다면서 고아같이 버려두지 않겠다고 하셨으면서 내 인생이 이 모양이에요?’라는 불평이 나왔어요. 내 삶이 하나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런데 그때 제 마음에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어요. “제주도로 와라.” 그 소리는 너무 간결하고 단순했어요. 나는 처음에 누가 나한테 잘못 이야기 한 것인가 생각이 들어서 주위를 살폈지만 다들 자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소리를 무시했어요.

(다음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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