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죽지 않는다

김상현

존경하는 스승님도 돌아가시고
가까웠던 시인들도, 벗들도 세상을 떠나고
사랑하던 누이도 죽은 지 한참이 지났는데
그들의 분신인 스마트 폰 전화번호는 살아서
마치 장기를 이식하듯
다른 사람 몸속에 들어가 살아 있다
어떤 날은 그 번호로 전화해 보면
봄날 햇볕 튀듯 활달한 목소리로
자꾸만 누구시냐고 내게 묻는다
다행히 내 누이는 스무 살 쯤 청년으로 환생했는데
우렁찬 목소리를 들어보니
다시는 아프지 않겠다
내게 누구냐고 묻지 마라
내 스마트 폰에 (알 수 없음)으로 남겨져 있듯
환생한 당신들은 전생을 알 턱이 없다

[시평]

이제 스마트 폰은 이 시대를 상징하는 무엇이 되었다. 길거리고 전철 안이고 스마트 폰을 들고 들여다보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렇듯 오늘의 사람들이 스마트 폰에 전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편하게 읽을 수 있고, 또 볼 수 있는, 그러한 것들이 스마트 폰에 있기 때문이리라. 어디 그런 것뿐이겠는가. 스마트 폰으로 결재도 하고, 또 스마트 폰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 편지도 보내고 읽는, 참으로 편리한 세상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스마트 폰에 내장되어 있던 이름 중에는 이 세상에 없는, 그래서 더 이상 스마트 폰으로 연결 지을 수 없는 이름들도 간혹 있다. 이런 이름을 스마트 폰 안에서 만나게 되면 왠지 마음이 이상해진다. 주인을 잃은, 그래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이름으로 스마트 폰 안에 남겨져 있는 이름들. 그 이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또 그렇게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자리하고 있듯이, 그 그리운 사람들이 어딘가에 환생해서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스마트 폰 속의 이름마냥 새로운 이름으로 환생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전생을 알지 못하지만, 다시는 아프지 않은 우렁찬 목소리로 환생해 살아간다면. 스마트 폰에 남겨진 이름을 보며, 우리 모두 잠시 가져보는 소망이기도 하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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