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부자세습 결론이 내달 5일로 연기됐다. 지난 16일 한국교회 장자교단이라는 통합총회의 재판국이 비장한 각오로 명성교회 부자세습을 다루는 듯 보였다. 그러나 총회 재판국이 부자세습이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유는 이미 대형교회 목회자 상당수가 부자세습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또 부자세습으로 결론 날 경우 통합교단 소속 최대 교회로 불리는 명성교회 탈퇴설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결론이 미뤄진 날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세습 반대 측은 한국교회를 기만했다며 소리를 질렀다. 재판에 참여한 임원들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 재판에 부담감을 호소하며 양해를 구했다.

명성교회 당회장은 1000억원의 교회자금과 인사를 움직이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런 당회장직을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한다는 것은 교회를 사기업으로 본 것임을 방증한다. 그런 점에서 가장 큰 피해자로 봐지는 명성교회 신도들이 되레 ‘세습이 아닌 승계’라며 부자세습을 찬성하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 심리학과 돌로레스 알바라신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인간은 진실보다는 자신이 그동안 믿어왔던 것을 따라간다. 정치, 종교, 인종적 가치와 관련된 내용일 때는 더욱 그렇다고 한다. 안주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란 얘기다. 고인물이 썩는다는 속담처럼 기존의 생각과 환경에 안주하려는 인간의 습성이 자신이 속한 조직을 부패하게 만든다. 신의 이름을 빙자한 종교 역시 권력을 갖게 되면 그 권력에 안주하려다 타락했고, 타락한 종교는 해당 종교뿐 아니라 나라와 사회를 병들게 했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준다. 주변에서 자기 목회자 말이라면 무조건 ‘아멘’하며 편드는 교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무분별한 교인을 양성한 주체는 목회자들이다. 그러나 신앙의 기준이 없는 교인들이 이성을 내려놓고 스스로 소경이 되는 길을 택했다고도 볼 수 있다. 명성교회 사태는 소경 같은 목회자와 소경 같은 교인들로 가득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대변한다. 이처럼 모두 눈감은 한국교회에 미래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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