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2함대 침입사건 뒤늦게 발견… 무고한 병사에 허위자백 요구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거동수상자가 접근하려다가 도주한 사건이 발생해 군 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더구나 수사과정에서 해당 부대 장교가 무고한 병사에게 허위 자백을 제의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2일 해군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0시 2분경 해군 2함대사령부 탄약 창고 근처에서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거동수상자를 근무 중인 경계병이 발견했다.

이 거동수상자는 합동생활관 뒤편 이면도로를 따라서 병기탄약고 초소 쪽으로 달려서 이동하다가 세 차례에 걸친 초병의 암구호에 응하지 않고 도주했다.

모자를 착용하고 가방을 가지고 있던 이 거동수상자는 도주하면서 랜턴을 2~3회 점등하는 등의 수상한 행동도 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해군은 즉시 부대방호태세 1급을 발령하고 기동타격대와 5분 대기조를 투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검거에 실패했다. 군은 부대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에서도 이 거동수상자를 확인할 수 없었고 부대 울타리, 해상 등에서도 침투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해군은 “다음 날 새벽까지 최초 신고한 초병 증언과 주변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외부로부터 침투한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부대원 소행으로 추정해 상황을 종결하고 수사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조사과정에서 A병장이 거동수상자가 자신이었다고 진술했지만, 헌병의 수사과정에서 ‘허위 자백’인 것으로 판명됐다.

해군은 “이번 사건으로 많은 인원이 고생할 것을 염려한 직속 상급자(장교)가 부대원들에게 허위자수를 제의했고, A병장이 허위 자백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부서장이 왜 자백을 강요했는지 등은 조사 중이라고 해군은 덧붙였다.

군 당국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지시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 등 8명을 현장에 파견했다. 군은 도주한 거동수상자의 신원을 계속 추적하고 아울러 병사에게 허위 자백을 제의한 간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결과에 따라 적절한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김중로 의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부대 골프장 입구 아파트 울타리 아래에서 ‘오리발’이 발견됐지만 군이 자체적으로 조사를 종료했다”며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동해와 서해에서 잇단 경계실패와 은폐 정화 등을 볼 때 군의 자정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국방부와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에 대한 국정조사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