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세계한국어교육자협회(WATK) 수석부회장, 한글세계화운동총본부 뉴질랜드 본부장

로토루아 호수(Lake Rotorua)에 얽힌 전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7.12
로토루아 호수(Lake Rotorua)에 얽힌 전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7.12

1642년 네덜란드의 탐험가 아벌 타스만(Abel Tasman)이 뉴질랜드를 발견했다. 뉴질랜드에는 원주민이라 불리는 마오리(Maori)족이 살았다. 오늘날 마오리족은 수적인 측면에서 유럽계 이민 인구에 밀리기는 해도 소수 민족 중에는 가장 많다.

아벌 타스만 이후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이 뉴질랜드에 오게 되었는데 ‘뉴질랜드’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것은 그에 의해서였다. 앞서 온 아벌 타스만의 고향이 네덜란드 남부의 ‘제일란트(Zeeland)’라는 곳이었는데, 이를 모방한 ‘제일란트 주’의 이름을 따서 1645년에는 ‘노바젤란디아(Nova Zeelandia)’라고 불리기도 했다. 결국 뉴질랜드라는 이름의 유래는 ‘노바젤란디아’의 영어 번역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뉴질랜드 문화의 특징을 요약한다면 전통성, 다원성, 복합성으로 혼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럽 문화가 지배적이긴 하나 원주민 마오리족의 전통과 문화 또한 잘 보존, 전승되고 있다. 마오리족 문화가 유럽 문화나 이민족 문화에 동화되거나 흡수되지 않은 이유는 1840년에 체결한 와이탕기 조약(Treaty of Waitangi)에 근거해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공존관계를 설정해 갈등을 없애고 공영을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마오리의 전통 민요 중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7.12
마오리의 전통 민요 중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7.12

마오리족 문화의 주류는 조각, 세공, 전통 춤·노래 등이다. 마오리의 전통 민요 중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라는 노래가 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로 시작되는 우리에게 익숙한 ‘연가’라는 노래다.

지리적 측면에서 뉴질랜드를 살펴보면 크게 북섬, 남섬 그리고 뉴질랜드의 제주도라고 불리는 스튜어트섬(Stewart Island)으로 이뤄져 있다. 해발 200m 이상이 전체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산이 많으며 다양한 지형과 수많은 작은 섬들이 군집을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라 전체가 관광지라고 부를 만큼 아름다운 지형과 풍광을 자랑한다. 이렇듯 전 세계인들에게 매료를 주는 주요 동인은 화산과 빙하의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북섬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호수가 있는데, 북섬에서 두 번째로 큰 ‘로토루아 호수(Lake Rotorua)’이다. 호수의 생성은 약 1백만 년 전으로 큰 화산활동에 의해서인데 수질이 온천과 같은 효능이 있을 정도다. 또 호수 주변에서는 지열로 인해 김이 나는 광경과 진흙이 끓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호수를 살펴보면 호수 한가운데 하나의 섬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모코이아(Mokoia) 섬’이다. 이 섬에는 마오리족의 아름답고 재미있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수백 년 전만 하더라도 이 호수에서는 마오리족 ‘아래하’ 부족과 ‘흰스터’ 부족 간 전쟁이 치열했다. 그런데 여기서 유명한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라는 노래가 탄생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래 ‘연가’의 유래가 시작된 곳이다.
 

호수를 살펴보면 호수 한가운데 하나의 섬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모코이아(Mokoia) 섬’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7.12
호수를 살펴보면 호수 한가운데 하나의 섬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모코이아(Mokoia) 섬’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7.12

전설의 요지는 모코이아 섬에 사는 ‘히네모아’라는 아가씨와 로토루아 호숫가에 사는 청년 ‘투타네카’ 사이에 일어난 사랑 이야기이다. 히네모아는 모코이아 섬에 살고 있는 아래하 부족 추장의 딸이었고, 투타네카는 호숫가 주변 ‘흰스터’라는 부족 출신이었다. 두 부족 간 오랜 반목과 갈등으로 빚어진 전쟁은 길고도 치열했으며 왕래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네모아와 투타네카는 처음 보자마자 서로에게 반해 사랑을 하게 된다. 투타네카는 밤마다 호숫가에서 피리를 불었는데, 모코이아 섬에서 피리 소리를 들은 히네모아는 몰래 카누를 저어 호수를 건너오곤 했다. 그녀는 새벽이 되어서야 투타네카의 손을 놓고 섬으로 돌아갈 정도로 깊은 애정을 가졌다.

어느 날 투타네카는 그동안 자신이 불던 피리를 히네모아에게 준다. 이는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얼마나 돈독한지를 나타내는 증표였는데 이를 계기로 히네모아 역시 투터네카가 있는 호숫가를 향해 밤마다 피리를 불었다. 피리 소리를 들은 투타네카는 위험을 무릅쓰고 밤마다 헤엄쳐 모코이아 섬으로 가서 히네모아를 만났다. 그들의 사랑은 점점 짙어갔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라는 말이 있듯이 히네모아의 아버지가 이러한 사실을 발견한 후 소유하고 있던 카누를 모두 불태워 버린다. 그녀는 더 이상 카누를 저어 투타네카를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허리에 표주박을 동여매는 방법을 사용해 헤엄쳐 투타네카에게 갔다. 투타네카에 대한 히네모아의 목숨 건 사랑이었다. 투타네카가 속한 흰스터 부족 역시 이들의 사랑을 눈치채게 된다. 흰스터 부족에서는 투타네카의 이런 행동을 대단히 못마땅하게 여겨 투타네카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다행히 히네모아가 사전에 이런 정보를 알게 돼 투타네카를 구출할 방법을 모색한다. 그녀는 호수를 헤엄쳐 건너가서 투타네카를 만나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킨다.

두 사람의 끈질긴 사랑 앞에는 어떠한 두려움도 존재할 리 만무했다. ‘백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이 있듯, 그들의 목숨을 건 사랑으로 히네모아의 아버지는 마침내 그들의 사랑을 승인하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그들의 사랑이 마침내 양 부족 간 화해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길고도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아래하 부족과 흰스터 부족은 드디어 전쟁을 끝내고 화해를 하게 되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의 사랑! 그 사랑은 양 부족에 화해의 물꼬를 터 준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위대한 선물이었다. 이러한 전설을 기반으로 생겨난 ‘포카레카레 아나’는 마오리족의 대표적 민요로 전승되고 있다. 음악가 투모운(P.H. Tomoan)은 1917년 가무단까지 만들어 이 노래를 전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시기는 한국전쟁에 참가한 약 5300명의 뉴질랜드 군인들에 의해서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