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얼마 전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수원역 앞에서 열린 ‘이명박 독재심판 경기지역 결의대회’에서 “이명박 정부를 소탕해야 하지 않겠나. 끌어내리자” “헛소리하며 국민을 실망시키는 이명박 정권을 어떻게 해야 하나.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 정부에서 명색이 법무장관까지 지낸 분이 설마 시정잡배처럼 그런 발언을 했겠는가를 의심했었다. 만약 그런 발언을 했다면 패륜아”라면서 “발언을 한 당사자는 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또한 한나라당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천 의원이 재발할 수밖에 없는 구제불능의 불치성 막말증후군에 걸렸다면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막말이 점차 도를 넘어서고 있다. 막말에 대한 대응 발언 역시 점잖거나 품격 있는 표현과는 거리가 먼 매우 자극적인 표현들뿐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언어 수준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언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그의 언어를 통해서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떠한 감정 상태에 놓였는지를 쉽게 추정해 볼 수 있다. 천 의원은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을 대변했다’고 항변했지만, 자신의 증오와 미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물론 그 대상은 본인의 말대로 이명박 정권이다.

정치는 여당과 야당으로 나뉜다. 야당은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국민을 설득하며, 투표에서 승리하고자 한다. 그 결과 정권을 획득하면 여당이 되는 것이다. 반면 여당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올바른 정책을 집행하고, 국민을 설득하며, 투표를 통해서 심판을 받는다. 그 결과 정권을 유지하거나 잃게 된다. 여당과 야당의 구성원은 사람들이다. 즉, 정치인도 사람이다. 사람에게는 감정이라는 것이 있기에 흥분을 하거나 화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에게는 감정 조절 능력이 있기에 충동적이거나 공격적인 언행을 제어할 수 있다. 정치인은 사실 일반 국민에게 모범을 보이고, 사명감과 자긍심을 지니며,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정치인이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인 이미지는 어떠한가. 정파의 이익, 다시 말해서 자신의 이익을 쫓기 위해서 몸싸움과 욕설을 서슴지 않는 한심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다. 우리 국민의 수치다. 국민이 싫든 좋든 우리의 권한을 위임받아서 집행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작태가 한심하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부끄러워진다. 무엇보다도 염려가 되는 것은 법무장관까지 지냈던 분이 그렇게 과격한 언행을 함으로써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다. 높은 지위에 올라간 사람도 저렇게 말을 함부로 하는데, 평범한 나야 무슨 말이든 못하랴 생각할 테고,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도 별 수 없는 천박함이 있으니 세상에는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나보다 여길 테다.
어른이 아이에게 고운 말 바른 말을 쓰자고 백 날 얘기해 봐야 이런 사건 한 번 터지면 도루묵이 된다. 혹시 어떤 정치인이 대중이나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일부러 막말 전략을 사용했다면, 그의 전략은 실패작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지지층의 답답한 가슴을 풀어주기 위해서 그러했다면, 더욱 한심한 전략이다. 사람들은 이제 부정적인 소식보다 긍정적인 소식을 듣기 원하고, 지지자들도 반대편 사람들에게 트집 잡히는 행동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새해를 앞두고 덕담과 소망을 주고받는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장삼이사가 모여 술이 거나하게 취한 채 고성이 오가면서 막말을 퍼부은 다음에도 술이 깨면 너나없이 먼저 사과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과를 너그럽게 받아주면서 다시 잘 지내보자고 말해주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인지상정이 통하는 사회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기를 보통의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정치인들이여, 상식을 되찾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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