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천지일보 2019.7.3

60년 동안 구포 시장의 한 켠에 자리하며 악명을 떨치던 구포개시장이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부산시와 구포가축시장 상인회가 폐업에 최종 합의함에 따라 7월 1일부터 19개 업소의 동물 전시와 도살이 금지되고 12일부터는 지육의 판매 또한 금지되어 완전 폐업하게 된다.

이제 개들의 끔찍한 울음소리가 들려오던 시장은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며 놀 수 있는 공원, 휴식 공간, 주차장 등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구포개시장의 폐업은 우리가 지켜야 할 동물권과 생명권에 대한 진일보한 사건이며 향후 개식용에 대한 전향적인 인식전환의 촉매가 될 것이라 기대된다.

그간 동물보호법 개정이 추진될 때면 개식용 문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목을 잡으며 우리 사회의 동물보호 논의에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따라서 구포개시장의 폐쇄는 단순히 개식용 문제를 넘어 동물보호의 역사에 있어서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진화생물학을 공부하다 보면 늑대의 한 종인 ‘개’가 약 1만년 전 즈음에 스스로 인간에게 찾아온 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오랜 옛날부터 ‘음식’을 구할 목적으로 야생의 동물을 포획해 가축으로 길러왔지만 사실 ‘개’와 동거한 원인과 목적에 ‘음식’의 용도는 없었다.

물론 동서양의 역사를 살펴보면 궁핍과 영양 부족에 따른 생존이라는 특수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 ‘음식’의 용도로 ‘개고기’가 활용돼 오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특수’한 경우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사 속에서 개식용이 널리 보급된 특수한 경우임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정약전의 농가월령가 구절에도 몸보신용으로 개고기가 언급돼 있다는 점을 보면 오래전부터 농가에서 널리 이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풍속은 수십년전까지 이어져왔다. 나의 어린 시절에만 해도 여름철 동네 사람들이 다리 밑에 솥단지를 걸어두고 개를 잡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복날 전후에 행해지는 일종의 연중행사였다. 살아 있는 개를 매달아 놓고 고기 맛을 좋게 한다며 몽둥이로 마구 때리는 충격적인 장면은 지금도 몸서리쳐진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생각이 지금과는 달랐던 때라 대놓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문제 삼는 일도 없었다. 동물 학대나 생명권, 동물보호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인식이 전무하다시피 한 시절이었다.

‘개식용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논란이 되고 있다. 폐지의 목소리가 높지만 식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개식용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도 아니요, 문화상대주의로 설명될 성격도 아닌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이제는 불필요한 풍습 중 하나일 뿐이다. 더군다나 국제적 규범과 사회적 시선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동물 학대 논란으로 끊임없던 구포개시장의 폐쇄는 더이상 개식용 문제에 대한 논란을 잠식하고 동물보호정책의 새 이정표가 돼야 한다.

부산시와 북구는 점포가 철거된 자리에 공원과 반려견 놀이터, 반려동물복지시설 등을 세우기로 했다고 한다. 동물 학대라는 오명을 썼던 구포개시장을 동물복지의 상징적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멋진 계획이다.

난지도의 쓰레기 처리장이 아름다운 생태공원으로 변신했듯이 구포개시장이 개와 사람이 함께 뛰어노는 멋진 동물공원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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