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국가배상청구권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으로 국민의 기본권이다. 헌법은 제29조 제1항에서 국가배상청구권을 규정하면서 공무원 자신의 책임에 대한 면제는 불인정한다고 해, 가해공무원에 대한 국가의 구상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에는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있어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근거해 국가배상법이 고의·중과실의 경우 가해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공무수행에 있어서 불법·위법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함으로써 법치행정을 확립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위임받은 공무원이 적법하게 권한을 행사하도록 책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배상법이 경과실을 배제한 것은 공무원이 직무수행에 있어서 책임만 강조하는 경우 사기저하나 위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헌법 제29조 제2항은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해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해, 군인·군무원 등에 대한 이중배상금지가 명문화돼 있다. 이 조항은 1972년 소위 유신헌법에서 명문화돼 현행 헌법까지 그대로 변함없이 규정돼 있다.

군인·군무원 등에 대한 이중배상금지에 관한 헌법 조항은 1995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에 청구된 이래 지속적으로 청구되고 있다. 그렇지만 현행 헌법하에서 헌법 조항 자체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투는 방법은 없어서 실질적으로 해결되기는 불가능하다. 또한, 헌법에 근거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도 위헌 여부를 다툴 수가 없다. 이렇게 헌법 제29조 제2항의 위헌논란은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다.

군인·군무원 등의 이중배상금지에 관한 헌법 조항은 1967년 국가배상법의 전면 개정으로부터 시작된다. 국가배상법은 1961년 제정됐고, 1967년 전면개정되면서 군인·군무원은 직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국가보상제도에 의해 별도의 보상을 받기 때문에, 다시 배상을 받는 것은 이중배상이라고 판단해서 이를 금지했다. 그런데 당시 입법자는 국가배상법을 개정하면서 사고에 대한 보상과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을 동일 선상에 놓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

1971년 대법원은 당시 국가배상법상 군인·군무원에 대한 이중배상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으로 판결했다. 이에 대하여 당시 정권은 국가배상법상 이중배상금지조항을 삭제하지 않고 오히려, 그 내용을 유신헌법에 도입해 위헌성을 제거했다. 그렇지만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법치국가적 헌법의 이념을 몰각한 무지의 조치였고, 기본권 조항에 특정 분야의 신분에 해당하는 자에 대한 금지규정을 두는 것도 헌법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태도였다. 헌법에 합치되지 못하는 내용이 헌법조항에 있는 것은 문제이지만, 성문헌법국가에서 헌법개정절차를 통하여 헌법개정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이 헌법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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