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범죄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6.19
청소년범죄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6.19

‘광주 동급생 폭행 사망사건’ ‘인천 아파트 추락사건’ 등

10대 흉악범죄 점점 늘어나… 소년범 재범률도 계속 증가

전문가들 “소년법 강화 필수… 처벌로 경각심 심어줘야”

“어린만큼 돌아오기도 쉬워”…효과적 교화 대책 마련돼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10대 청소년들의 범행이 날로 잔혹해지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광부 북부경찰서는 19일 동급생을 집단으로 폭행해 숨지게 해 구속된 A(18)군 등 10대 4명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이들은 피해자 B(18)군을 약 2달여간 상습 폭행하고 돈을 빼앗을 뿐 아니라, 지난 9일 오전 1시쯤 광주 북구의 한 원룸에서 수십 차례 때려 결국 숨지게 해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직업학교에서 만난 B군을 반강제적으로 붙잡아 온갖 심부름을 시키고, 거의 매일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세면대에 물을 받고 머리를 처박는 물고문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폭행에 B군은 온몸에 멍이 끊이지 않았지만, 가해자들은 치료는커녕 B군의 처지를 랩으로 만들어 놀렸다. 이들은 B군이 주차장 안내 아르바이트를 해 번 75만원을 빼앗아 먹고 마시는데 썼다. 이날 검찰 송치 과정에서 취재진들은 가해자들에게 심경을 물었으나 죄송하다는 한 마디 없이 떠난 것이 알려져 여론은 더 들끓었다.

9일 오전 광주 북부경찰서에서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10대 4명 사건이 검찰로 송치됨에 따라 구치감으로 압송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9일 오전 광주 북부경찰서에서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10대 4명 사건이 검찰로 송치됨에 따라 구치감으로 압송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0대 강력범죄는 한두 건이 아니다. 17일엔 부천시 부천역 인근에서 지나가던 일행과 시비가 붙어 흉기를 휘두른 10대도 경찰에 입건됐다.

또 지난해 11월 13일엔 인천시 연수구 15층짜리 한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중학생 C군을 집단 폭행하자, C군이 이를 피하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다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지는 일도 있었다. 이 사건으로 C군을 폭행한 D군 등 가해자 4명에게 징역 7년~단기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올해 2월 8일엔 인천시 부평구 한 교회에서 중학생 E(16)양으로부터 F(4)양이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뇌사상태에 빠진 F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3월 18일 끝내 사망했다.

이밖에도 10대 학생들이 뭉쳐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폭행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검찰청의 ‘2018 범죄분석’에 따르면 소년 흉악범죄의 발생비율은 2008년 소년인구 10만명 당 29.4건에서 2017년엔 38.1건으로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29.6% 증가한 것이다.

한번 죄를 저질렀던 청소년들이 다시 범죄를 일으키는 비율도 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소년범죄자 재범 실태 및 방지 대책 연구’에 따르면 소년범 전체 숫자는 줄고 있지만, 재범비율은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소년범은 7만 6000명으로 1997년에 15만 199명을 기록한 이후 줄어든 반면 재범자 비율은 2016년에 38.9%로 1976년(7.8%)에 비해 약 5배 늘어났다. 특히 재범자 중 전과 3범 이상의 비율은 1976년 5.2%에서 2016년 50.7%로 10배나 급증했다. 더 주목할 것은 전과 9범 이상의 재범자가 전체 재범자의 1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10대 중학생을 추락 직전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학생 A군 등 4명이 16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자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10대 중학생을 추락 직전 집단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학생 A군 등 4명이 16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자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0대 청소년들이 점점 강력한 범죄를 저지르고, 한번 죄를 짓기 시작한 이들은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0대들의 범죄를 억제할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이른바 ‘소년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은 “청소년들도 소년법상 처벌이 약하다는 걸 알고,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2012년부터 생활기록부에 가해학생의 폭력사항이 기재되는 ‘학교폭력예방법’을 개정하면서 실제 학교 폭력률이 소폭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고 처벌 강화 논의에 힘을 실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청소년을 보호해야하는 건 맞지만, 일단 일어난 일에 대한 처벌은 강력해야 한다”며 강력한 처벌을 통해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처벌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노력도 뒷받침돼야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박 소장은 “가정의 돌봄 기능을 회복하고, 학교에서도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요 범죄군별 소년범죄의 발생비 추이(2008년~2017년). (제공: 대검찰청)
주요 범죄군별 소년범죄의 발생비 추이(2008년~2017년). (제공: 대검찰청)

곽 교수도 “사회 전반적으로 폭력성이 높아졌다. 10대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금방 보고 배우는데, 엄마 아빠가 매일 싸우는데 애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하면 말을 들을까”라며 “어른들이 먼저 사회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또 효과적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학교에서 취미활동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쉽게 재범의 유혹에 빠지는 데 대해 곽 교수는 “한번 죄를 저지르면 ‘낙인효과’에 인식이 회복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나는 원래 그런 애야’하는 심정으로 또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며 “어리기 때문에 범죄 충동에 쉽게 노출되지만, 그만큼 되돌아오기도 쉽다. 재범을 통해 더 큰 범죄자가 되기 전에 끌어안을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영국에서 범죄청소년들을 대안학교로 보내 각자에 맞는 심리 상담과 커리큘럼을 제공, 사회 복귀를 돕는 일화를 소개했다. 곽 교수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으로 케임브리지 학교에 입학한 소년범도 있었다. 우리 사회도 ‘한번 말썽꾸러기는 영원한 말썽꾸러기’라는 편견 대신, 10대를 효과적으로 교화하기 위한 제도적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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