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며 밤샘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가 입법회의 주변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출처: 뉴시스)

17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며 밤샘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가 입법회의 주변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지난 16일(현지시간) 200만명에 달하는 홍콩시민들이 홍콩 행정부와 중국 본토에 보란 듯이 힘찬 단결을 보이며 ‘검은 대행진’을 이어갔다.

홍콩 시위 주최측은 8시간 반 동안 200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캐리 람 홍콩장관의 범죄인인도법 중단 선언에도 불구하고 홍콩시민들은 완전 철회를 외치며 물러서지 않을 뜻을 보이고 있다.

BBC는 이번 홍콩시민들의 시위는 단순한 범죄인인도법안(일명 송환법) 추진 반대에 그치는 행동이 아니라 홍콩과 중국과의 관계, ‘일국양제’에 흔들리는 불안한 홍콩 미래에 대한 분노, 비민주 간선제로 홍콩 민심반영이 어려운 선거체제, 중국식 사회통제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엉켜 있으며 이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깊은 고뇌에 빠져있다고 보도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18일(현지시간) 정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뜨고 있다.  람 장관은 최근 범죄인 인도법 개정과 관련해 잘못 대처한 것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으며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던 범죄인 인도법을 재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출처: 뉴시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18일(현지시간) 정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뜨고 있다. 람 장관은 최근 범죄인 인도법 개정과 관련해 잘못 대처한 것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으며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던 범죄인 인도법을 재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출처: 뉴시스)

18일(현지시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범죄인 인도법 개정 실책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람 장관은 최근 연기하겠다고 선언한 범죄인 인도법을 재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임기 5년 가운데 남은 3년을 채울 것이며,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는 법안 추진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람 장관은 수십만의 시민들이 평화 시위를 통해 자신과 홍콩 정부를 향한 실망과 불만의 목소리를 낸 이후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며 부상자들이 곧 회복하기를 바라며 사회적 균열이 바로 잡히기를 원한다고 말을 이었다.

중국은 특히 이번 홍콩시민들의 ‘역류’에 크게 놀란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시위는 홍콩의 주류 민심은 아니라 그저 일부 세력이 분열을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송환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홍콩 행정부의 강행이 보이자 1주일 사이에 시위 규모가 2배나 늘어날 정도로 홍콩 시민들은 큰 분노를 표출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은 홍콩과 중앙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안’ 강행 실패로 자존심을 구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홍콩과 중국 중앙정부의 시위대 강경진압과 범죄인 인도법안 추진의 의도를 놓고 강하게 비난받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북한의 방북일정을 하루빨리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방북으로 세간의 관심을 홍콩 시위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북·중 밀착으로 전환하는 기회를 얻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일 수 있다고 해외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제 홍콩 시민들은 홍콩 정부가 추진하려 했던 ‘범죄인 인도 법안’의 장애물을 넘어 더 나아가, 법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더 정확하게는 홍콩의 중국화를 막기 위해 철저한 저항정신을 국제사회에 보여줬다.

BBC는 시민 시위로 홍콩 당국이 법안 추진을 중단한 것은 2003년 7월 시민 50만 명이 국가보안법 입법에 반대해 시위를 벌이자 철회한 이후 처음이라며, 이번 200만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캐리 람 장관의 사퇴를 계속 요구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국 정부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인 행정장관은 홍콩의 정부 수반이다. 행정장관은 홍콩의 헌법인 기본법에 따라 선거위원회가 간접 제한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중국 국무원 총리가 형식적으로 임명한다.

국민이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뽑는 지도자가 아니다. 홍콩 시민은 주민 직접 선거를 통한 선출을 요구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선거권이 자유롭게 되면, 민주화를 지향하게 될 것이고 이럴 경우 홍콩이 준독립국이 될 것을 중국 본토는 우려하고 있다.

BBC는 홍콩시민들이 중국을 믿기 어려운 부분은 이미 현대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며, 중국이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행했던 자치 보장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홍콩을 중국화하려 한다는 불안과 분노를 그들은 잊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스타일’인 일국양제는 중국의 공식 통일방안 시스템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에 일국양제(一國兩制) 약속을 했지만, 홍콩시민들은 그 약속을 불신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대만을 쟁취하기 위해 일국양제로 통일하자고 요구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홍콩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일국양제와 함께, ‘홍콩은 홍콩인이 통치한다’, ‘고도자치’ 등 3대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

17일 5년 전 우산혁명을 주도했던 홍콩의 학생 활동가인 조슈아 웡이 출소하며 홍콩시위에 합류했다.

조슈아 웡은 폭동을 주도했다는 혐의 등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한 민주열사로 홍콩에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조슈아 웡은 “가장 먼저 홍콩 사람들이 자랑스럽다”며 “감옥에 있을 때 뉴스를 보면서 홍콩 시민들의 정신과 존엄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건 법안 연기가 아니다. 완전한 철회다. 동시에 캐리 람 행정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7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며 밤샘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가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입법회의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7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며 밤샘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가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입법회의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BBC 등 해외외신들은 이번 대규모 시위는 범죄인 인도법 추진으로 촉발됐으나 이면에는 중국 정부가 1997년 홍콩반환 이후 압박해 온 중국화에 대한 홍콩인들의 거부감이 폭발했다고 내다보고 있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됐지만 중국과 영국의 합의에 따라 2047년까지 일국양제 원칙 속에 정치, 입법, 사법체제의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캐리 람 장관의 사퇴가 임박해오면서, 차기 행정장관도 친중성향을 보이는 또 다른 인물이 홍콩을 중국화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제는 시진핑 주석의 결정만이 남았다. 람 장관을 사퇴시키고 또 다른 인물을 배치해 일단 급한 불을 끌 것인지, 아니면 홍콩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차기 전략을 꾸밀지 주목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7월 1일 홍콩반환 20주년을 맞아 홍콩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국양제의 ‘일국’만 강조했으며, 당시 연설에서 “홍콩인들은 일국의 관점을 따라야 한다. 중앙정부의 권력에 도전하는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며 홍콩의 민주 지지자들을 겨냥해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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