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소재 한 커피점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직원이 손님에게 주문한 제품을 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4
14일 서울 소재 한 커피점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직원이 손님에게 주문한 제품을 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4

부족한 시민의식 민낯 드러나

음식받고 쓰레기 내미는 고객

알바생 “쓰레기통 취급 느낌”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받으면서 쓰레기를 대신 버려달라고 내밀 때가 제일 난감하고 불쾌하죠. 마치 저를 쓰레기통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 나빠요.”

차량에 탑승한 상태로 햄버거나 음료를 구입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DT: Drive-Thru)’ 매장이 점차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문한 음식을 내어주는 매장 직원에게 쓰레기를 대신 버려달라고 내미는 등 부족한 시민의식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14일 맥도날드 홈페이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1992년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맥도날드는 2014년 전국적으로 151개였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점차 늘려 현재 홈페이지 자료 기준 234개를 보유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맥도날드뿐 아니라 롯데리아나 버거킹도 보유하고 있으며, 패스트푸드점만 아니라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업계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커피 브랜드 이디야와 우리은행에서도 드라이브 스루 매장 오픈 계획을 밝히는 등 확산 일로를 보인다.

업계 입장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활용해 차에서 내려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고객의 시간과 수고를 덜어줄 수 있고, 이러한 서비스를 소비하려는 손님을 확보하기 쉽다.

실제로 이날 서울 소재 한 패스트푸드점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찾은 고석환(가명, 53, 남)씨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무엇보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음식을 구입할 수 있어서 편하고 좋다”면서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소재 한 패스트푸드점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직원이 손님에게 주문한 제품을 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4
14일 서울 소재 한 패스트푸드점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직원이 손님에게 주문한 제품을 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4

하지만 늘어나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비해 시민의식이 뒤따라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일하는 한정민(가명, 25, 남)씨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간혹 휴지나 종이 같은 쓰레기를 대신 버려달라는 손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마치 쓰레기통 취급당하는 것 같아 불쾌하지만 거절하기 애매해 그냥 받아주고 넘긴다”며 “(손님이) 편하게 이용하는 만큼 고생하며 일하는 아르바이트(알바)생들을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김종환(가명, 20대, 남)씨도 한씨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주문은 계속 밀려들어오는데 그 상황에서 손님과 실랑이 벌이면 뒷감당이 안 된다”며 “차라리 그냥 (쓰레기를) 받고 말아버린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안내문을 설치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주문을 받는 공간에 ‘고객님의 음료를 위생적으로 제공해드리기 위해 DT존에서는 쓰레기 수거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을 설치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이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서울 소재 한 패스트푸드점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4
14일 서울 소재 한 패스트푸드점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4

한편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의 부족한 시민의식은 비단 쓰레기를 대신 버려달라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성과 욕설을 내뱉는 손님이 있는가하면 심지어 불만을 드러내며 음식을 매장 직원에게 던지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울산 소재 패스트푸드점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A고객이 직원을 향해 음식물을 집어던지는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공분이 일었다. 해당 영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 글쓴이는 “앞 차량이 주문한 제품을 받고는 스탭(직원)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받은 제품을 스탭 얼굴에 냅다 던지고는 그냥 가버리고 (음식물을 맞은) 직원은 울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였기에 신고하고 싶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매장 점주는 직원 폭행 혐의로 경찰에 A고객을 고발했다. A고객은 순간적으로 감정을 참지 못했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직원 등에게 용서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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