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싱가포르 선언 1주년 북미대화 관련 일지 ⓒ천지일보 2019.6.12
6.12 싱가포르 선언 1주년 북미대화 관련 일지 ⓒ천지일보 2019.6.12

북미, 70년 만에 대화탁자 앉았지만 합의는 결렬

김정은-트럼프, ‘좋은관계’ 강조하며 대화틀 유지

정부, 北 ‘비핵화 대화’ 이끌기 위해 식량 등 지원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역사적인 북미 첫 정상회담을 가진지 1년이 지났지만 북한 비핵화 합의는 제자리걸음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북한과 미국 정상은 서로 웃으며 악수를 나눴고 전 세계는 주목했다.

올해 2월 북한과 미국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회담을 가졌지만 결렬되고 말았다. 전 세계가 가졌던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었고 북미대화는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비핵화 의지 이끌었지만 답보 상태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됐지만 1차 정상회담의 의미는 높이 평가됐다. 70년이 넘는 적대의 역사를 청산하는 첫 걸음으로 북한과 미국 정상이 만났고,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으며, 북한은 미국을 신뢰하기 위한 발걸음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6.12 싱가포르 북미 첫 정상회담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과 미국은 양국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서로 ‘관계가 좋다’며 신뢰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김 위원장을 만나기를 고대한다. 김 위원장은 협상을 원하고 나도 협상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달 초 연이어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벌였음에도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없었다’며 북한의 도발을 감싸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일종의 시위로서 대화에 나서길 원한다는 메시지를 나타낸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대화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북한도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한 화물선을 압류하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북미 정상 간 관계는 긍정적으로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미국과 협상을 물리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체제 안전보장과 북한 내부 결속을 위한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는 미국과 협상을 통한 대북제재 해제를 이끌어내야 한다.

외교가에서는 현재의 미국은 다른 어떤 시기보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북한과 협상에 적극 나서려는 의지가 높고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비핵화 협상이 관건…정부, 촉진노력

문제는 ‘비핵화 대화’의 진전이다. 북미 정상이 서로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도 협상이 결렬되기라도 하면 과거 적대적인 관계로 되돌아가게 된다.

양측은 싱가포르 북미 1차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관계 개선’ ‘평화체제 보장’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전쟁 포로 송환 및 실종자 유해복구’ 등 4개 항에 합의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미 관계 개선이라든지 평화체제 보장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북미 간 가장 큰 걸림돌은 양측의 ‘신뢰’ 문제다. 북미는 과거 냉전시대의 적대 관계에서 시계가 멈춘 지 오래여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진통이 심하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핵’이 북한 체제를 지킬 유일한 무기이며 지금에 와서는 유일한 협상 카드라고 여기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하고 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의 요구사항인 대북제재 해제를 확실히 얻어내려고 한다.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와 북한의 대북제재 해제 요구를 놓고 양측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과 대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국의 방북 특사단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한 4.27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정상회담을 차례로 이끌었다.

정부는 최근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의결했고,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자 방역 협력도 제의했다. 지난 7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북한과 접촉은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은 필요에 따라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경험이 있다”며 “현재도 가능한 환경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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