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이 24일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이 24일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외교부가 3급비밀에 해당하는 한미정상 통화내용을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주미대사관 간부급 외교관 K씨에 대해 27일 오후 6시 20부부터 1시간 동안 조세영 제1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보안심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외교부는 감사팀의 주미대사관 현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K씨에게 어떤 징계를 내릴지, 책임을 어느 선까지 물을 것인지 등을 논의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참석 전 출입기자들과 만나 “온정주의나 사적인 동정론에 휩쓸리지 않고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보안심사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30일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K씨에 대한 징계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K씨는 해임·파면·정직 등 중징계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K씨는 조윤제 주미대사 등 극히 일부만 볼 수 있도록 분류된 한미정상 간 대화 내용이 담긴 친전을 보고, 그 내용 일부를 자신의 고등학교 선배인 강효상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혐의 등으로 외교부와 청와대의 합동 감찰을 받았다.

정상 간 통화내용은 보안업무규정상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 보장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3급 비밀로, 조 대사와 관행에 따라 직접적인 업무 연관성이 있는 직원 일부도 열람할 수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K씨를 비롯해 업무 연관성이 없는 다른 대사관 직원들도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K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징계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주미대사관 보안 시스템 점검 결과 보안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면 처벌 범위가 윗선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야당에서는 강경화 장관과 조윤제 주미 대사에게 기강해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강 장관이 구걸 외교의 민낯을 들키자 외교관의 의도적 유출이라며 마치 기획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프레임을 짜고 있다”면서 “기밀이라면 기강해이로 강 장관과 조윤제 주미대사부터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대사관 직원은 평소에도 기밀 공유란 명목으로 기밀을 돌려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인데, 이 지경이면 외교부는 보안 개념이 없는 것”이라면서 “강 장관과 조 주미대사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 원내대표는 강효상 의원과 기밀 유교 외교관은 물론 관련자 전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에도 현직 외교관이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에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록을 보여줬다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한편 강경화 장관과 조세영 차관은 28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개최하는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 참석해 이해찬 대표 등에게 한미정상 통화내용 유출과 관련한 조사결과와 대응책 등을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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